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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만다 Apr 26. 2016

제 삶은 누가 보상하죠

수습기자의 일기17

취미는 없는지도 오래.

삶의 낙도 무.

연애 빼고는 즐거운 일도, 심장을 뛰게 하는 일도 무존재.

늘 시간에 쫓기고 부족한 잠에 시달리는 게 일상.

20년 후 삶의 에너지를 지금 시점으로 끌어들여와 사는 느낌.

에너지도 기도 쪽쪽 빨림.


그나마 연애라도 하지 않았으면 '지금’을 버티게 하는 힘의 원동력은 '0'.

그나마 '연애’라도 하니까 지금을 '삶'.

누군가로부터 맹목적인 사랑을 받지 않으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증명해보이지 않았다면, 예전에 이미 자아는 붕괴ㅠ.


시간이 날 때마다 하는 것은 SNS로 취재하기,

메신저로 취재하기,

새로운 정보 탐색하기,

업계보고서 읽기,

다트(Dart) 들여다보기. 또 취재하기. 또 자료읽기.

그러다가 마지막에 하는 일은 일에 도움이 될까 기대하는 동종 업계 기사 읽기.


관계, 데이터, 콘텐츠.


늘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정보 탐닉의 세계에 빠지다보니 불안증에 시달리는 건 일상.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와중에도 늘 무엇인가를 읽음.

웹툰, 뉴스 등 새로운 정보를 읽지 않으면 불안불안.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초조초조. 남들 귀하게 쓰는 시간을 낭비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림. 


집에 와서도 늘 무엇인가를 읽고 또읽기 

그냥 꾸준히 무엇인가를 습득만 하고 끝. 콘텐츠를 내 것으로 체득할 여유 따위 있을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그리고 수면. 정신적인 피폐함.


주말마다 늘어지는 늦잠. 그리고 무기력감.

오늘 일요일도 이렇게 잠으로 보냈다는 허무함에 압도당할 때면 또다시 빠지는 무기력감.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또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것도 모른 채 지하철 버스 지하철 버스.

그렇지만 여전히 시계는 '여유로움 따위는 사치'를 가리키는 중.

왜 바쁜지도 모른채, 그냥 그렇게.


불확정적인 삶,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삶.

현재에 충실하느라 앞만 보고 내달리느라 미래를 고민하고 탐구할 시간 마저 소모.


내 미래는 어디,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것은 무엇?

아냐, 지금이라도 충실하자는 생각 때문에

방향성도 잃은 채 내달리고 있음, 폭주기관 처럼.


왜 기자가 되어야만 하지? 무엇을 위해 기사를 써야 하나?

카카오, 흥. 네이버, 흥. 게임업계 빅3, 흥. 그래서. 

뭐. 내게 뭐가 득이 됨? 3, 6, 9마다 온다는 슬럼프에 봉착. 뷃.


한 기업을 잘 안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나, 세상을 바꿀 힘은 서비스.

그냥 글을 통해, sns를 통해 지식자랑을 하는 듯한 느낌, 이것. 


다들 자기 먹고 살 궁리 하느라 바쁜데

카카오, 네이버 실적 때문에 머리 싸매느라 보내는 내 시간, 

내 미래는, 내 취미..

돈으로 맞바꿀 수도 없는 내 청춘은 누가 보상해줌?


"그렇게 할꺼면 그냥 때려쳐! 너보고 기자하라고 강요한 사람 없다!"


잘다니던 회사 때려치고 왔으면.. 버텨야죠 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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