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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만다 May 10. 2016

미시와 거시 사이.

수습기자의 일기 20


기획자 성향은 내 기사에도 여실히 드어난다. 기업이 새로 내놓은 서비스의 플로우와 작동방식이 궁금하고 사소한 신기능 하나가 내 이목을 붙잡는다. 단순한 안내 문구가 바뀐 것까지 포착할 정도로 세세한 것에 집착하는 편이다. 

알림톡 설명서_2015년 9월 버전
알림톡 설명서_2015년 12월 버전


예를 들어, 카카오톡 알림톡 소개자료의 안내 메시지를 보자. 위는 2015년 09월 버전, 아래는 12월 버전이다. 그냥 딱 보고 뭐가 바뀌었는지, 왜 바뀌었는지 금방 알아챈다. 그것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고 기사를 쓰는 방식이다.


카카오의 신사업에 관한 기사를 쓰는 데 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카카오가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를 한다더라, '카카오헤어샵’ 서비스를 위해 설명회를 한다더라, 카카오가 개인 생방송 서비스 '슬러시’를 한다더라… 모두 사소한 것들의 변화를 알아채고 취재한 덕에 알 수 있었던 것들이다. 


이들 신사업이 하나씩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데도 큰 재미를 느꼈다. 이 기능을 왜 추가했고, 왜 업데이트를 했고, 왜 다른 사업체와 제휴를 했는지 알고 싶었고 알아가는 재미가 컸다. 


미시적인 접근 방식의 단편적인 예다. 예를 들어, 


- 카카오는 슬러시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한다. 이 서비스는 무엇이다. 기능으로는 무엇이 있다. 어떤 옵션들을 제공한다.

=>카카오의 수많은 서비스 중 하나인 슬러시에 대해서만 국한된 뉴스다. 만약 계속 이렇게 주절거리면 생방송 서비스만 파고들게 된다.


- 카카오의 헤어샵은 모바일 미용실 예약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 어떤 기능들을 제공한다. 어떤 기대 효과가 있다. 어떤 불이익이 있다.

=>이 역시 카카오의 수많은 서비스 중 하나만 다룬다. 만약 이렇게 계속 이슈를 끌고 가면 뷰티 산업만 다루게 된다. 


- 카카오의 웹툰 서비스가 인기를 끈다. 생활툰 형식의 작품은 총 ~~가지에 이른다. 이들 웹툰은 특히 일상 속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그려내 공감을 자아내는 데 탁월하다. 페이지뷰도 ~에 이른다.

=>카카오의 서비스인 '웹툰’에 다룬 것이지만 웹툰 콘텐츠에 비중이 치중돼 있다. 웹툰 서비스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똑같은 아이템도 거시적인 접근 방식은 다르다. 내가 이해하는 수준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카카오가 슬러시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한다. 왜?카카오는 슬러시를 통해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카카오 서비스에 대한 트래픽 유발 효과도 볼 수 있다. 향후 카카오는 슬러시를 통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라는 기업 차원에서 '슬러시’라는 서비스를 풀어헤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예는 "슬러시는 언제 어떻게 무엇을 왜"고 후자는 "카카오는 슬러시를 언제 어떻게 왜"이다. 주체와 목적어가 바뀌었다. 바뀌었을 뿐인데 거시적인 시각에서 기사를 쑬 수 있다.


- 카카오의 다음 웹툰이 소비자 유인 효과를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실시간 한 이벤트에서는 유입 효과를 70%까지 올렸다. 웹툰 IP를 활용한 게임 제작에도 효자 노릇을 한다. 캐릭터 상품도 인기다. 지금까지 총 ~~억원의 부가 수익을 내기도 했다.

=>카카오가 다음 웹툰을 전 서비스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생태계에 관한 부분을 다룬 기사다.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전자보다는 조금 더 거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선배들이 내게 지적한 것은 '기사가 넘나 미시적’. 거시를 트렌드 기사로 착각한 것도 있거니와 지난 2년간 행해온 접근 방식을 못 버린 것도 있다. 물론 미시적인 접근 방식이 틀린 것도 아니다. 기업이 신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를 곁들여서 언급하지 못한 것을 선배들이 지적했다.


사실 모르겠다. 선배들이 평가하는 기사에 대한 관점이나 독자들이 기사를 보는 관점은 다르다. 사람마다 가치 있다고 보는 기사도 천차만별이다. 시야를 넓히는 것도 시야를 좁히는 것도 둘 다 중요하고, 둘 모두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것뿐이다.


IT와 포털, 스타트업을 담당하는 기자가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카카오라서, 네이버라서 하는 서비스들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이 중요할까, 아니면 이들 서비스가 각 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나 기대치를 다루는 것이 중요할까. 이것도 역시 모르겠다.


어쨌든 수습이라서 마음대로 기사를 쓸 수 있었던 부분이 있었던 만큼, 뭔가 나도 기사다운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거시적으로 기업과 산업을 볼 필요가 있음은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시적인 접근을 포기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기사로 풀지 못하는 서비스(앱) 비교는 브런치를 통해서라도 해소해나갈 계획이다. 헤어샵 예약 서비스들간의 장단점, 라이브 서비스 비교하기, 노트 앱 비교하기, 카카오 알림톡/친구톡/플친(플러스친구)/옐로아이디 비교하기 등 공부하고 싶은 서비스는 많고 쓰고 싶은 글도 많다. 다만, 기사의 톤과 논조는 미시에서 거시로 옮겨갈 필요성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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