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카오 덕후였다
최근 며칠간 우울했다. 6개월 고비도 넘겼겠다, 남자친구도 있겠다, 다이어트도 시작했겠다. 부모님도, 내 맥북도 건강하다. 그런데도 뭔가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생각해봤더니 카카오와의 임시 결별을 선언한 이유 때문이다.
선배들이 카카오 기사 좀 그만 쓰라고 했다. 실제로 수습 생활동안 카카오 관련 기사를 몇 개나 썼나 살펴봤더니 발제 기사만 23개다. 카카오만 쓰기 어려워서 네이버랑 붙인 것도 더러 있다. 수습 시작 후 대략 한 달간은 거의 이론 교육만 받았으니 실질적으로는 5개월 동안 매월 4.6개씩 쓴 셈이다.
최대한 새로운 팩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자신 있게 내보일 만한 기사들이다. 물론 데스킹의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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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함께했던 지난 5개월.
솔직히 너무 행복했다. 신사업을 펼쳐나가는 카카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신나는 것도 없었다. 밤새 공부를 해도 즐거웠다. 뭐가 달라졌을까, 왜 달라졌을까. 늘 궁금증을 자아내는 회사였다. 물론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사업도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업을 면밀히, 그것도 가까이서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한 발자국 나아가면 카카오도 앞으로 치고 나아갔다. 적어도 내게 카카오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은 친구였다.
이제 좀 그만 써!
라는 말에 수긍했다. 그리고 카카오 기사는 최대한 보려고 하지 않았다. 취재도 자제하고 있다. 그랬더니 목표 의식이 사라졌다. 전투력도 없어졌다. 다시 한 번 전투력을 끌어오기 위해 네이버 서비스로 서서히 눈길을 돌려보고는 있지만, 애정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에버노트 덕후인 내게 에버노트를 강제로 빼앗는 격?
나는 카카오를 사랑했었다. 그리고 잠시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우울해졌다. 카카오가 없는 내 삶은 우울함의 극치다. 흙. 기사로 안된다면... 이젠 브런치에다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