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만다 Nov 17. 2016

2002년11월에 온 편지

선생님 "아직 미래도 열려있고 시간도 많아"

 중1(14살)때 담임 선생님과 주고 받은 노트를 들쳐보는데, 선생님이 그 당시 내게 남긴 편지가 지금에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4년 전 담임 선생님이 14년 후 내게도 좋은 말을 해주시는 것 같다 ㅠ.ㅠ 



2002년 11월 11일 월요일


오후 11시 11분 11초를 지나고~

안녕하세요~ 오늘도 저의 바쁜 하루 시작~

학원을 다녀서 그런지 매일 늦게 잡니다… 사실 학원 다니니까

그 시간에 차라리 독학하는 게 낫겠어요… 왜냐면… 애들이 늦게 오면

늦게 오는대로… 선생님(의 수업이) 미리 준비 안되면 기다리고…

혼자서도 익힐 수 있는 것들을 (월) 18만원 주고 배운다는 것과 버려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요… 사실 학교 수업도 불만인 걸요…

학교 수업이 잘 이루어 지면 학원 다닐 필요 없고 개인 시간 충분하잖아요…

한 과목 45분 공부하고 또 집에 와서 공부하는.. 왜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또 공부 환경 조성도 열악해요.. 외국같이 인원 수

10~15명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쉬는 시간이 너무 긴 것 같구요…


왜이렇게 요즘 따라 시간들이 아까운지… '모모’란 책을 학원에서 틈틈히

읽고 있는데 이 사람들도 시간 가는 것을 매우 아까워 해요~

그들을 본박기 위해 이렇게 하고 있구요…

휴… 한 평생(?) 14년 이지만 너무 빠른 시간이 지난 것 같아요…. (평소) 이 시간(대)이라면

한문 1자라도 더 외울 시간이 있었고 그랬는데… 후회도 하지만..

아무튼 지금 결론적으로… 학교 수업은 학교 수업대로~ 학원 수업은 학원 수업대로

따로 한다는 게 마음에 안든다는 거죠~ 차라리 학교에서 돈 더 받고 좀 더

시험에 도움되는 자료들을 주는 게 어떤지…(아예 시험기간에는 모두 학교 남아 6시까지 공부한다던지

시간에 매우 할 말이 많습니다… 사실 저녁에 공부하고 싶어도…

졸리기도 하고 밤 10~2시 사이 성장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니까 

얼른 꿈나라고 가야 하군요… 그럼 좋은 꿈 꾸시구요~


PS.선생님.. 결혼하시면 집안일 때문에 나만의 시간이 줄잖아요..

그러면… 선생님은 내 시간을 되찾기 위해 어떻게 하실 건가요?



2016년 11월 16일 수요일


오후 11시 51분을 지나고~~

안녕하세요~ 오늘도 숨가뿐 하루를 마무리~

요즘 기자 생활을 하느라 바빠서 그런지 매일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사실 할 일이 많으니까

정말 제 삶을 돌볼 여력이 많지 않아요… 집에 오면 놓친 기사가 있는지 보고 IT기업들 공부하고

어떤 새로운 시각으로 기사를 써볼지 고민을 하다보면…

기사를 쓰는 데 거의 하루의 모든 시간을 쏟고 있으니…. 이렇게 사는 게 과연 많는 건가

싶기도 해요… 사실 이런 생활이 불만인 걸요…

출퇴근도 일정하고 삶의 패턴이 조금 단조러워지면 개인 시간이 충분해질 것 같아요…

하루 거의 10시간 넘게 일하는데 또 집에 와서 기사를 보고.. 왜 …

계속 전 기사를 쓰기 위해 기사를 들여다 봐야 하는지… 또 기자 세계도 뭔가 답답해요…

자료도 칠 것도 많고 다른 매체에선 어떤 기사가 나오는지 계속 모니터링해야 하고…

정말 좋은 기사를 많이 쓸 수만 있음ㄴ 얼마나 좋을까요…

왜이렇게 요즘 시간은 빨리 가고 의욕은 떨어지는지… 

요즘 틈틈히 제 에버노트와 과거 기록물을 보고 있는데 

제가 무엇을 하기 위해 이토록 달려왔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전 정말 기자가 되고 싶어서 기자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휴… 한 평생(?) 28년이지만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거 같아요… 전에 직장 다녔을 때는

이 시간에는 벌써 잠자리에 들었고 새벽 영어 학원도 다니고 주말에는 영어 회화 스터디도 하고 

주중에 회사 끝나고 도서관 가서 책도 보고 그랬는데.. 요즘 그러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워요..

아무튼 지금 결론적으로… 삶과 커리어의 밸런스를 찾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는 거죠~ 차라리 정말 열정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볼까

생각도 해보기도 하고요~ 아니면 제가 요즘 슬슬 관심을 두고 있는 데이터 과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해볼까 싶기도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사실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해도…

how가 없으니.. 당장 뭘 어찌 해볼 수도 없겠떠라고요..

어제 그제 늦게 자서 졸리기도 하고… 일찍자야 피부가 덜 늙는 다니까

얼른 꿈나라로 가야 하군요.. 그럼 좋은 꿈 꾸시구요~


PS.어른이 되면 제가 좋아하는 일을 정말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 아직도 못찾은 느낌이죠? 여유가 없다고 느낄 땐 선생님은 어떻게 하실 껀가요?


선생님은 14살과 28살의 내게 이렇게 답변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시리즈 - 요즘 내 악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