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372. 근묵자흑 (近墨者黑)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 사마리아인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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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특히 현대 사회로 오며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름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누가 옆에 있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맹자를 위해 세 번의 이사를 했다는 맹자의 어머니 급씨(伋氏)의 이야기를 다룬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또한 이러한 삶의 진리를 먼저 깨닳은 부모들의 자식사랑의 마음이 반영된 애틋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 까만데 있으면 까맣게 된다'라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중국 서진(西晉)시대 문신이었던' 부현(傅玄)'이 쓴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에 등장하는 구절로 '무릇 쇠와 나무는 일정한 형상이 없어 겉 틀에 따라 모나게도 되고 둥글게도 된다. 또 틀을 잡아 주는 도지개에 따라 습관과 성질이 길러진다. 이런 까닭으로 주사를 가까이하면 붉게 되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게 된다(近朱者赤 近墨者黑).'에서 유래했다. 즉, 어떤 작품을 만들 때 틀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 역시 곁에 있는 사람과 환경에 따라 습관이 변하고 성품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그 옛 시절 맹모 '급씨'와 '부현' 또한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는지의 중요성을 잘 알았던 사람들 같다. 주변에 어떤 사람들과 살아가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은 자신이 속한 환경과 어울리는 사람들에 의해 가치관, 습관, 그리고 운명까지도 깊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말투, 행동 양식에 물들게 된다.

이를 두고 공자는 '착한 사람과 있으면 향기로운 난초 방에 있는 것과 같고, 악한 사람과 있으면 악취 나는 어물전에 있는 것과 같아 자연스레 동화된다'고 했으며, 법정 스님 역시 주변 사람의 영향은 '마치 안개 속에서 모르는 사이에 옷이 젖듯이 스며든다'고 말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이나 언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것은 점차 나의 습관으로 굳어지고, 나아가 인생의 목표와 성품을 결정짓게 된다. 바르고 훌륭한 사람들과 어울리면, 구부러진 쑥도 꼿꼿한 삼밭 속에서는 저절로 곧게 자라는 것(마중지봉麻中之蓬)처럼 자연스럽게 올바른 인품을 갖추고 발전할 수 있다. 반대로 매사에 불평하거나 남을 험담하고 부정한 일을 일삼는 무리와 어울리면,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더라도 점차 무감각해져 결국 자신도 부정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만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고 싶으면 그의 친구를 보라'는 말도 다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사람들과 살아가는지는 나를 긍정적으로 성장시킬지, 혹은 나쁜 습관에 빠뜨릴지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환경적 요인이므로 곁에 둘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후배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일 잘하는 악덕 상사 vs 능력은 없지만 인품 좋은 상사'

당신이라면 둘 중 누구와 일을 할 것인가? 우선순위를 골라보라는 질문이었다. 일 잘하는 인품 좋은 상사도 많지만, 공교롭게도 우리네 현실은 녹녹치만은 않으니 나 뿐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 고민하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후배의 질문에 당시 나의 대답은 이랬던 것 같다.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일 잘하는 사람이 있는 환경이 먼저 같은데..'

분명 정답지가 있는 질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일을 잘하고 싶다는 가정하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환경, 즉 '선명한 색깔'이 넘쳐나는 곳에 내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건 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에서 일해 본 사람들만 안다. 승리의 DNA가 넘쳐나는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공간은 공기의 밀도 자체가 다르다. 서로의 기획에 건강한 자극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다채로운 색'들이 만나 '또 다른 다채로운 색'으로 발현된다. 그곳에서 나의 도화지 또한 비로소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하얀 도화지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더라도, 주변이 온통 검은 먹물 뿐이라면 결국 나 역시도 검게 물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에게 말한다. 만약 네가 일을 잘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검은 먹'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만약 운 좋게 그런 조직에 속하게 되었다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그 안에서 '빛'이 나는 '진짜배기 한 사람'을 찾고, 그와 가까워지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열정적이고 능력있어 보일지라도, 그중에서도 유독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마스터' 같은 존재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부터는 개인의 노력도 조금 필요하다. 그와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회의를 하며 그의 곁을 멤도는 노력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다보면 나의 감각은 서서히 그가 가진 선명한 색으로 물들어갈 것이다.

그와 가까워졌다면, 이제부터는 그의 모든 것을 따라 하고 배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그가 쓰는 기획서의 양식을 베끼라는 것이 아니다. 그가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 데이터를 해석하는 관점, 고객과 소통하는 태도, 심지어 10번 원고에서 말했던 '폰트 한 자의 위치를 조정하는' 그 집요함까지. 그의 모든 행동양식과 사고의 흐름을 마치 내 것처럼 내면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성장'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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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묵자흑'이라는 단어 속에는 또 다른 반전의 해석이 숨어 있다.

내가 주변에 물드는 것이 수동적인 관점의 것이라면, 반대로 내가 스스로 '빛'이 되어 주변을 밝게 물들이는 것이란 능동적인 관점 말이다.

내 생각을 기획안이란 결과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소비자)에게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기획자의 일이기에, 어쩌면 선한 영향력이야말로 기획자에게 주어진 능동적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수많은 '먹물'이 튀는 회의실로 향한다.

누군가는 나를 검게 물들이려 할 것이고, 누군가는 내 하얀 열정에 냉소를 던질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내가 나만의 선명한 색을 잃지 않고, 오히려 내가 배운 거인의 빛으로 주변을 물들여간다면, 언젠가는 그 검은 먹물조차 내 기획을 돋보이게 하는 멋진 배경이 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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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물들 것인가, 주변을 물들일 것인가.
나의 하루는 오늘도 그 팽팽한 경계선 위에 서 있다.'






'내가 다른이들보다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아이작 뉴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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