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0131.
새해가 되었다며 호들갑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눈 깜짝할 새 1월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계획(計劃)'으로 시작한 한 달이었지만, 한 챕터의 마지막 장을 맞이하며 문뜩 '결산(決算)'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한 달이라는 시간의 단위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결산이라.. 무엇을 결산하면 좋을까 고심해보다 문뜩 책상 한 켠에 쌓인 몇 권의 책들을 발견했다.
'그래 1월 한 달간 나를 거쳐간 책들을 정리해 보자.'
대충 헤아려보니 1월 한 달 동안 총 13권의 책이 내 손을 거쳐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책도 있지만, 펼쳤다 중간에 덮어버린 책들도 있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끄적였던 책들도 있다.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매뉴얼 같은 것들이나 잡지들 아주 잠깐 만지작거린 책들은 제외했으니, 이것저것 펼쳐본 책만 따지면 대략 20권쯤 되려나..
'그러고 보니 올 1월에는 꽤 많은 책을 읽었네..'
올해는 '하루 1개의 글을 써보자'는 것을 목표로 잡았는데, 정작 눈에 띄게 는 것은 '독서량'이다. 하긴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글을 쓰는 것이란 말이 있듯 '매일 1개의 글을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자연스레 '독서 갈증'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어떤 해는 '1년에 100권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적도 있는데, 보기 좋게 실패한 기억이 있다. 잘 기획된 '문제설정(問題設定)'은 한 번에 여러 가지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하는 효과가 있음을 실감한다. 하나의 샷으로 여러 개의 핀을 넘어뜨릴 수 있다는 이른바 '킹핀' 이론이다.
그렇다고, 100권의 책을 읽자는 목표가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목표 그 자체만으로도 독서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래서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목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목표는 기획에 있어 나침반과 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산(結算)’
‘맺을 결(結)’에 ‘셈할 산(算)’. 말 그대로 ‘맺고 셈한다’는 뜻이다. 매출을 다루는 MD들은 월 단위로 성과를 정리하고 측정한다. 현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월마감(磨勘)'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는 듯 하지만, 성과측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결산'에 가깝다.
오롯이 숫자로 평가받는 MD들의 세계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내게 이 단어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매달 돌아오는 심판의 날이자, 한 달간의 치열했던 전투를 기록하고 마무리하는 종전 선언과도 같은 느낌이랄까.
상품기획(MD)의 세계에서 가장 정직한 언어는 숫자다.
내가 세운 가설이 맞았는지, 시장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우리가 쏟아부은 예산(Budget) 대비 성과(ROI)는 어떠했는지에 대해 감정 없이, 가감 없이, 정직하게 말해주는 언어가 바로 '숫자'다. 성적이 좋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숫자가 기대에 못 미치면 무거운 마음으로 ‘원인 분석’이라는 또 다른 숙제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 기획자의 숙명이다.
결산의 의미가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 지난 한 달간의 발자취를 복기하며 다음 발걸음을 옮길 방향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산'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성찰'이다.
실패한 숫자 속에서도 ‘리마커블(Remarkable)’한 시도가 있었는지 찾아내는 것이다.
성공한 숫자 뒤에 숨은 ‘운(運)’과 ‘실력’을 냉정하게 구분하는 일이다.
결산은 목표를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2월의 목표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1월의 결산 결과가 참담했다면, 그것은 2월을 더 정교하게 다듬으라는 시장의 신호다.
기획자는 '목표'라는 뜨거운 이상과 '결산'이라는 차가운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글링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다시 시작의 쉼표를 찍는 것, 그것이 매월 반복되는 일이지만 여전히 늘 낯설고 설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더 나은 2월을 기대하며 1월을 마감한다.
'하루 한 개의 글'을 목표로 시작했던 프로젝트 ‘기획자의 다이어리’가 이제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솔직히 시작하기 전엔 '정말 이걸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숙제하듯 대충 몇 줄 끄적이곤, 다 했다'며 부끄러운 합리화를 하게 되면 어쩌지. 별애별 생각들이 다 들었더랬다.
그랬던 걱정들이 연료가 되어 어느 듯 서른 번째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어쩌면 이 프로젝트 자체가 나 스스로의 매일을 결산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순히 ‘글을 썼다’는 횟수의 결산이 아니라, 오늘 하루 내가 얼마나 밀도 있는 시간을 보냈는지, 어떤 새로운 ‘감(感)’을 얻었는지에 대한 기록 말이다.
1월이란 시간은 맺음을 지었지만, 우리의 기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한 달을 마감 한 지금이 바로 2월이란 새로운 시간을 위한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