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0201.
2월의 첫날이다.
1월이 온갖 계획과 다짐들로 가득 찬 '거창한'느낌의 달이었다면, 2월은 왠지 '소박한'느낌이 드는 달이다.
거창하게 세웠던 계획들이 현실이라는 벽을 마주하며 비로소 '작심삼일'이라는 단어와 함께 소멸되어 버리기도 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수정되기도 한다. 이런 조정의 과정을 통해 단단해져 가는 달이 또 '2월'이란 느낌이다.
매출을 책임지는 MD들에게 2월은 흔히 ‘공포의 달’로도 불린다. 달력에 표시된 날짜는 28일. 다른 달보다 많게는 3일이나 부족한 달이 2월이다. 3일 가지고 뭘 그래 하겠지만, 전체 영업일의 10%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다. 영업일수는 턱없이 부족한데, 어느 회사나 그렇듯 목표치를 낮춰추는 회사나 클라이언트는 없기 마련이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야 하기에 2월은 왠지 모르게 항상 마음이 급해진다.
답답한 마음에 '유독 2월은 왜 이리 날짜가 짧은 거야?'라며 이유를 찾아본 적도 있었다.
달력의 기원은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 달력은 10달이 존재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를 로마 황제 '폼필리우스'가 이를 12달 체계로 개정한다. 이 과정에서 1월과 2월이 새롭게 탄생하게 되는데, 당시 누마의 달력은 3월부터 새해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실제 라틴어로 Sept. Octo는 7과 8을 뜻한다. 또한 달의 움직임에 맞춰 만들었기에 1년이 355일이었다. 옛 로마인들은 짝수를 불길한 숫자로 여겼는데, 이 역시 달력에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9, 31일 숫자로만 구성하여 짝수인 날을 최대한 배제한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마지막 남은 2월에 나머지 날짜를 배정하여 28일이 된다.
이후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의해 해의 움직임을 반영한 태양력을 기준으로 누마의 달력이 수정되게 되는데 이렇게 나온 달력이 1년 365일.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달력의 기원이다. 율리우스력 달력은 카이사르 다음에 집권한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한 번 더 수정되는데, 8월이 7월보다 하루 짧은 것을 불만스러워했던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2월(29일)에서 하루를 빼앗아 8월(30일)을 31일로 만들었다고 한다. 8월이 영어로 'August'인 이유도 황제의 이름을 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력 하나에도 이리도 많은 일화와 사연들이 숨겨져 있다니, 옛사람들도 참 치열하게 살았구나 싶다.
‘2월(February)’의 어원을 찾아보면 재미있는 의미가 숨어 있다.
로마 신화의 정화(淨化)의 신 ‘페브루우스(Februus)’에서 유래한 ‘Februa’는 ‘씻어내다, 깨끗이 하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고대 로마인들에게 2월은 새봄을 맞이하기 전,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며 지난 과오를 바로잡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그렇다. 기획자에게도 2월은 ‘정화와 조정(Adjustment)’의 시간이다.
한 해를 마감하고, 1월에 새롭게 세웠던 기획안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냉정하게 살피고, 불필요한 것들은 걷어내고, 잘 된 것들은 보강 대책을 세운다, 본격적인 S/S시즌의 시작인 3월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오랜 시간 준비해 왔던 기획들이 막바지 조정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도 이 때다. 본격적인 ‘실행의 계절’을 위해 궤도를 수정하는 시기인 것이다. 때문에 2월은 여전히 춥지만 안으로는 가장 뜨겁게 에너지를 응축(凝縮) 해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새해의 결심은 아직 낯설고, 봄이 오기엔 이른 애매한 자리다.
그래서인지 2월은 늘 사이에 끼어 있는 느낌이다.
'시작과 도약 사이, 겨울과 봄 사이, 기대와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
아침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하지만 한낮의 햇살에는 어딘가 모르게 힘이 실려 있다. 바람 끝이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고 해야 할까. 계절은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는데, 빛만이 먼저 봄을 예고하는 듯하다.
창밖을 보니 해가 조금 길어졌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세하지만, 분명 어제보다 늦게 어두워진다.
계절은 이렇듯 아주 작은 차이를 쌓아, 결국엔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러니 2월을 너무 조용한 달이라고 여기지 않아도 좋겠다.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에겐 1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호흡을 고를 수 있는 2월이 있다는 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