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839. 샐리의 법칙 'Sally's Law'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 사마리아인

0208.


살다 보면 유독 나에게만 가혹한 날들이 있다. 아침부터 온 세상이 나를 방해하는 것 같은 날이 있다.

중요한 일정이 있는 아침 하필이면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되어 알람 소리가 울리지 않고, 허겁지겁 달려갔지만 간발의 차로 지하철을 놓치고, 급히 산 커피가 미팅을 위해 준비한 흰색 셔츠 위에 쏟는.. 그런 날..

소위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 지배하는 날 말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일까? 우리 삶에는 그 반대의 순간들도 존재한다.

PT를 마친 후 마침 준비했던 예상 질문을 상사가 던진다거나, 직전에 훑어본 내용이 시험 문제로 나온다거나, 우산을 깜빡했는데 때마침 비가 그치거나, 간절히 바라던 물건이 딱 하나 남아있을 때의 그 짜릿함.

우리는 이것을 ‘샐리의 법칙(Sally's Law)’이라 부른다.


샐리의 법칙(Sally's Law)은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일종의 행운의 법칙을 뜻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머피의 법칙(Murphy's Law)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1989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주인공 샐리가 곤경에 처해도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중요한 비즈니스 전화가 오기로 되어 있어 벼르고 있다가 처음으로 자리를 비웠는데, 생각지도 않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때 마침 스마트폰마저 꺼져 연락도 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늦은 약속 때문에 사무실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마침 사장님이 지나가다 야근하느라 수고한다고 격려까지 받는다.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일이 원하는 대로 잘 안 되고 꼬이는 수가 있다.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반드시 잘못된다는 것이 ‘머피의 법칙’이다. 그런가 하면 모든 일이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풀리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샐리의 법칙’이라고 한다. 머피의 법칙이나 샐리의 법칙이 적용되는 건 어쩌면 그 사람의 성격이 낙관적이냐 비관적이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이 꼬일 때, 비관주의자는 그 일이 늘 자신에게서만 일어난다고 믿는다.

'왜 나는 항상 이렇게 일이 꼬이지'라며 자신을 탓한다.

반면 낙관주의자는 그 일이 일시적이고 한정적이라 믿는다.

'이번에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네'라며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


세상은 관점과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져 보인다. 잘 안 보여서 안경을 쓰는 사람보다는 잘 보려고 쓰는 사람이 더 잘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브랜드의 론칭 전략 회의에 참석했을 때였다.

'요즘 소비자들은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을까요?'

한 사람의 질문에 여러 의견들이 오갔다. 배송이 느려도 불만, 포장이 조금만 구겨져도 불만, 고객센터 연결이 늦어도 불만, 회의실에 모인 담당자들 모두 기다렸다는 듯 요즘 고객들의 불만 사항에 대해 하소연하듯 쏟아내었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만을 얘기하는 소비자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루 종일 업무에 치이고, 퇴근길 지하철에 몸이 눌린 채 겨우 집에 도착한 사람이 있다.

그가 주문한 택배 상자가 현관 앞에 놓여 있다. 그 순간, 그 박스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버틴 자신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었을 수 있다. 그런데 테이프가 삐뚤게 붙어 있고, 상자가 찌그러져 있었다면?

이성은 말한다.
'그래도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으니까'

하지만 감정이 속삭인다.

'왜 하필이면 내 것만 이렇지?'


사람은 기대가 클수록 작은 결함을 크게 느끼고, 지쳐 있을수록 사소한 불편에도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 모여 '고객'을 ‘단골’로 바꾼다.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브랜드를 떠나는 이유 또한 거대한 실패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를 오래 기억하는 이유 역시 거창한 것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밤을 새워 준비한 기획안이 있다. 발표 당일 아침, 습관처럼 열어본 뉴스레터에서 우리 기획의 핵심을 뒷받침해 줄 결정적인 최신 통계 데이터를 발견한다. 부랴부랴 장표 한 장을 추가하고, 그 덕분에 클라이언트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짜릿한 경험. 완벽한 ‘샐리의 법칙’이다.

이 처럼 '샐리의 법칙'들이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에 불과한 것일까? 나는 감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말처럼 내가 경험한 샐리의 법칙은 대부분 치열한 준비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였던 것 같다. 아침 뉴스레터에서 결정적인 데이터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건, 평소에 관련 정보를 끊임없이 탐색해 왔던 ‘안테나’가 켜져 있었기 때문이고, 단순 데이터가 솔루션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건 그전까지 해당 주제에 대해 수많은 고심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획자에게 행운이란 ‘집요한 준비(Preparation)'가 '기회(Opportunity)'를 만나는 순간에 터지는 스파크와도 같다.

오늘도 우리는 머피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변수와 싸운다. 하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흘린 땀방울이 모여 언젠가 거대한 행운의 파도, 즉 ‘샐리의 법칙’을 만들어낼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좋은 기획자는 운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긍정적인 태도로,

스스로에게 유리한 판을 짜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즉, ‘운(運)까지 기획하는 사람’ 그들이 찐 기획자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Chance favors the prepared mind)'

- 루이 파스퇴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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