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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시작

나는 몰랐다

손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중

by 삼봄




밤이다
까만 밤이다
시를 읽기 좋은 밤이다

눈으로도 읽어보고
소리내어 읽어봐도
시인의 마음을 모르겠어
손으로 끄적이며 읽어본다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
.....

옮겨 적으니 부끄럽다
글씨가 나빠서가 아니라
내 손에 부끄럽고 미안하더라


그동안 알고 있다
착각했던 오만함은
손으로 써보지 않아서다
손은 알고도 침묵했다
나의 교만과 무지를

손으로 써보지 않아서다
나는 몰랐다
내가 시인이 아닌 것은





2018. 2. 16. 질문술사


#신경림시옮겨적다가문득....
#손이묻고있네
#설날을맞이하는밤에
#박씨전

손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신경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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