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이는 왜 늘 아내인가?
아내를 기다리며
날이 저물도록 기다리는 이는
늘 아내였다
전역할 남편을 기다렸고
야근하는 남편을 기다렸고
수술실에서 나올 남편을 기다렸고
그림자에서 걸어나올 남편을 기다렸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남편을 기다렸다
친구의 손은 어디있는지 물으며,
내 손을 잡아줄 벗을 찾아,
밖으로 밖으로 돌아다니던 바쁜 남편에게,
손은 어디에 있냐며 늘상 묻던 아내
첫째를 맞이하러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갈 때도
내가 기다린 것은 아내가 아닌 아기
코끼리 같은 회사를 벗어나
벼룩의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도
내가 머물 곳으로 선택한 곳은 집이 아닌 카페
기다리는 것은 늘상 아내의 몫이었고
기다려주는 이가 있다는 평온함은
늘 혼자서만 누렸구나
마흔이 넘어서야 아내를 기다린다
차가운 수술실에서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는 자리에 서 있다는게
아픈 축복이라는 걸
뒤늦게 느끼며
기다린다
아내를 기다린다
수술실에서 나오길 기다린다
아내가 무사히 깨어나길 기다린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2018. 10. 11
아내를 기다리며
질문술사 끄적이다
다행히 방금 수술 잘 끝났다며 의사 선생님과 면담을 했습니다. 마취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는 중입니다. 회복 기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