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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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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Nov 03. 2018

담배와 커피에 중독된 가련한 영혼에게

악취와 향기로움을 다시, 묻다

요즘엔 아침마다 유하진 선생님이 올려주신 질문들을 종종 묵상하곤 한다.


  유하진 선생님의 질문 하나에 머물며 그림자 작업을 해보고 있습니다. 질문을 품고 시를 끄적이는 것이, 덜자란 저의 '그림자 작업'이 되어주고 있네요. 뜻깊은 질문 선물해 주신 벗, 유하진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 다시 전합니다.




나는 어떤 영혼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을까?



밤늦게 집으로 돌아갈 즈음

내 옷은 담배 냄새로 찌들어 있다.

부끄러운 마음에 탈취재를 듬뿍 뿌려보지만

몸속까지 스며든 악취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잠든 영혼을 각성시킨다는 핑게로

아침부터 카페인 가득한 커피로 위장을 채우고,

긴장된 마음을 달래며 니코틴으로 폐를 채운다.

중독된 영혼은 언제나 피곤해하며 향기를 잃는다.


향기로운 영혼은 마음과 몸을 감싸고 싶으나,

불안한 영혼은 몸과 마음을 끝없이 혹사시킨다.


벗들의 머리에 깨우침을 주려는 욕심은

따뜻한 가슴을 냉담하게 식히고

뛰놀고자 하는 두발을 멈춰 세운다.


스승의 향기에 물들고자 한 걸음 다가서나

뒤돌아 나오면 결국 사라져버리는 향기로움.

스스로 발하는 향기가 없이는

꽃으로 날아간 나비들을 초대할 수 없으리라.


향기를 다시 묻다 _ 초고 (1/2)




온전하고 향기롭게 피어날 때는 언제인가?


몸은 비록 역겨운 냄새에 찌들어 있어도

영혼에 새겨진 향기는 감출 수 없다고도 말하네.

벗들과 함께 온 바람이 악취를 씻겨주고

빗물 속을 거닐며 찌든 때를 벗겨낸다.


잠든 영혼을 각성시키려 억지부리지 않고,

긴장된 마음 뒤도 살피며 불안에 머무른다.

때가 되면 깨어나 청소를 하고,

때가 되면 펜을 들고 생각을 끄적인다.

때가 되면 밖으로 나가 벗들을 만나고,

때가 되면 돌아와 가족들과 옹기종기 온기를 나눈다.


어른이 되다만 아해는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쉴 곳 없이 떠돌다 커피숍을 찾는다.

때가 되면 담배도 커피도 떠나보낼 수 있겠지만,

여전히 의존하는 불완전함이 부끄럽고 슬프다.


온전하고 향기롭게 피어날 때는 언제일까?

답없는 질문품고 침묵속에 머무른다.


향기를 다시 묻다 _ 초고 (2/2)



2018. 11. 3. 질문술사

향기로움을 다시묻다.


시족(詩足) : 그림자 작업

나는 여전히 그림자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빛을 추구하는 삶을 내려놓지 못하는 한
평생동안 지속해 나가야 할 작업이다.

오늘은 나의 부끄러운 그림자 중 하나인
담배와 커피 중독을 마주하고 머무른다.

코칭을 배우던 시절 3년 가까이
금연을 지속한 적이 있었다.
담배도 커피도 없어도 좋았다.

능력보다 과도한 자리의 책임을 맡으면서
나는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고,
여러번 다양한 방식으로 금연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끊지 못하고 여태 붙들고 있다.

커피는 담배와 깊숙히 얽혀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며,
몸과 마음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교차로 들이붓고 있는 내가 참으로 어리석다.

의지로 혹은 억지로 그만둬보려는 시도를
수차례 해왔지만 늘 실패하곤
중독치료작업을 뒤로 미뤄두고 있다.

멀지 않은 시점에 이 문제를
다시 다뤄보고 싶다.
당위나 이데아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라,
왜 그렇게 나를
혹독하게 다룰 수 밖에 없었는지
먼저 질문해보고, 충분히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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