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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Nov 09. 2018

마흔, 시를 쓰기 좋은 나이다

흔들리는 벗들에게 어른됨을 다시 묻다

자신이 가장 쓸쓸하고 가난하고 높고 외로울 때
시인이 되는 것이다. 

_ 천양희 [시인이 되려면] 중에서..




나는 왜 시를 쓰는가? 


질문이 필요한 순간, 마흔

어른됨을 다시 묻다


빛을 추구하다 잠시 멈춰

그림자를 마주한다


탁월함을 추구하다 잠시 멈춰

부족함에 머무른다


완벽함의 함정에서 빠져나와

온전함을 일깨운다


흔들리는 벗들에게 손내밀고

질문을 걸어오는 시를 선물하니

이것으로 충분하다


마흔, 

시를 쓰기 좋은 나이다


마흔이 되어서야 시를 쓰는 이유를 다시 묻다 (초고)

2018. 11. 9. 질문술사

불혹을 맞이해 시인박씨로 다시 태어나다. 


시족(詩足) : 시집을 내 줄 출판사를 찾다가, 직접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질문술사의 첫 시집 '다시, 묻다'는 여전히 흔들리는 마흔에, 아직 진짜 어른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부족함에 머무르며, 어른다운 어른됨이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썼던 아기 걸음마 같은 시시한 시를 모아서 엮은 나의 첫 시집이다. 

  출판사 대표님들을 여럿 만났다. 고맙게도 출간해보자는 곳이 4곳 정도 있었다. 미팅을 마치고 어떤 출판사와 해야 하는지를 검토하다가, 뭔가 찝찝함 같은 것을 느겼다. 4곳의 출판사 모두 '질문'관련 책을 내고 싶어하셨다. 나는 '시집'을 내고 싶었고. 많은 질문들이 담겨져 있긴 하지만, 이번 책은 질문책이라기 보다는 질문을 걸어오는 시집이 되길 바랐다. 미숙한 시라도 좋으니, 질문을 인질삼아 시를 끼워팔기 싫었다. 출판사 대표님을 괴롭히는 것을 그만두고, 직접 주문생산방식(POD)의 출판을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시인이 되고자 하는 질문술사의 자존심과 오기 같기도 하지만, 이번엔 질문을 팔기보단 시를 선물하고 싶다는 의도에 충실하려 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시인됨의 길을 걸어보려 한다. 

  시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다. 내 안의 어린 시인의 자존심을 짓밟고 싶지도 타협하고 싶지도 않다. 욕심을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마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시인이 될 수 있음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날이다. 
시족(詩足) 초고. 이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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