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시 시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봄 Aug 14. 2019

시와 질문

시인에게 필요한 질문은 무엇일까?

시인에게 필요한 질문은 무엇일까?


바다 건너 테드에서 만난 친구는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묻고 답하라 권하지만

시인이 되고 싶은 질문술사는

'왜 시를 쓰는가'라는 질문보다

'시인을 시인답게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를 묻고

침묵에 빠져든다



'어떻게 시를 써야 하냐'는

벗들의 질문을 마주한 시인 박씨는

부끄러움을 감춘 가면을 쓰고

그저 쓰고 또 쓰는 것 외에

더는 아는 것이 없다 답한다



시를 끄적이는 철없는 아빠 옆에서

'시란 무엇일까' 진지하게 묻는

시인의 재능이 충만한 딸에게

감히 답하지 못하고

'네가 생각하는 시는 무엇이냐'고

비겁하게 질문을 되돌려 준다

'네가 끄적이는 모든 글들이

아빠에겐 시란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질문에 빠져든 딸의 찡그린 얼굴에서

철학하는 시인의 고뇌를 엿본다



답을 찾지 못한 모든 질문을 사랑하라던

옛 시인의 조언도 있지만,

시인처럼 질문하는 법을 묻고 있는

질문을 탐하는 연구자의 자아도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시시한 시를 끄적이는

내 안의 시인 아해에게 묻길 멈추고

진짜 시인을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시인으로 살며 품고 있는 질문이 무엇이냐'고

'시를 쓰면서도 답하지 못하고 있는 질문이 무엇이냐'고

'시를 잉태하게 만드는 시인의 질문이 무엇이냐'고



시인 박씨는 문득문득 멈춰서서

답하지 못하는 모든 질문을 마주할 때마다

펜을 들고 붓을 들어 시시한 시를 끄적이고 있는

작고 초라하고 아직도 어린

시인 아해를 만난다



문(問)으로 문(門)을 열어 두고서

어린 시인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기다린다



2018. 8. 14.

질문술사 시인박씨

시인의 질문을 다시 묻다.

시와 질문 (초고 )
오늘도 ㄴㅏ는
#질문술사’의 문(問)으로
#시인박씨’네 문(門)을 두드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그냥 좋은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