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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ug 24. 2019

못남

못난 친구들만 봤으면 좋겠다. 나의 못남을 다시 묻다



ㄴㅏ의 못남




나는 내가 못하는 것은
잘 안 하려 하고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부러워하면서 질투하고
삐딱한 말로 깎아내리기도 하는
치기 어림에 종종 빠져든다



그중 하나는 대중 앞에 서서
말하는 강연 같은 것인데
짧은 강의 요청이 오면 곧잘
이런저런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며
거절하곤 한다
제 잘난 맛에 거절하는 게 아니라
못나 거절하는 것인데
기분 나빠하고
상처 받는 이들도 꽤 있어
거절 뒤에 후회할 때도 많다



관계나 공감이 중요하다 종종 떠들고
어른다운 어른이 되자고 말하는 건
사랑하는 것이 서툴고
관계 맺는 일을 어려워하는
나의 못남을 벗들에게 강요하는 일이다



참 못난 인간이고
멋 없는 인간이고
못돼 먹은 인간이 난데



앞으로도 그 인간이랑 살아가야 하니
잘난 척, 멋진 척, 어른인 척
척척박사 가면만 쌓아둔다





2019. 8. 24

질문술사 시인박씨

ㄴㅏ의 못남을 다시묻다

ㄴㅏ의 못남 (초고)


막내로 태어나서 그런지 나는 나의 못남이
드러나는 상황을 특히 잘 마주하지 못한다.
성인이 된 지도 꽤 지났는데, 아직도 그런다.
늘상 못남에게서 도망치니 참 못났다.
온전한 어른이 되는 길에
내가 마주할 괴물 중 한 놈이다.
못난 사람만 읽으라고 덧붙여두는 [詩足]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늘 내 시는 못나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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