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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ug 25. 2019

밥벌이의 진선미, 그리고 나의 묘비명

만약 내가 죽는다면, 이런 글을 남겨주소


1. 우리의 진선미(眞善美)는 꽃을 피우고 있는가?



인류의 삼대 가치,
진선미(眞善美)를 다시 묻다


진/선/미 _ 켄 윌버의 도표 중에서..


  켄 윌버의 통합이론(Integral Theory)에 한동안 깊이 빠졌었다. 진선미(眞善美) 삼대 가치는 서양 철학의 주요한 주제 중 하나다. 진실과 착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분별하고 통합해 바라보는 훈련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좋은 질문(Good Question)'이라는 내 최근 질문 탐구의 주제는 '착함(善)을 어떻게 질문에 녹여낼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다음주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끄적이는 글이다. 통합이론은 부교제로 쓰이고 있다.


"근대성의 좋은 소식은 그것이 '삼대 가치(진/선/미)'를 차별[분화]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아직 그것이 그것들을 어떻게 통합하는가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근대성의 존엄은 근대성의 재앙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삼대 가치'는 단지 차별화되는 것이 아니라 분열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지요!"

_ 켄 윌버 [모든 것의 역사] 8장.진.선.미 _ (p218)
질문술사 7기 훈련과정 첫 수업의 주제는 #통하는질문 #진선미


  켄 윌버는 ‘진선미’ 삼대 가치의 분화와 통합에 관해 여전히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 통합을 이야기하기 전 분화도 제대로 못 했다. 차별화를 기반하지 못한 통합은 억압의 다른 이름이다. 근대성을 초월하려는 시도 전에, 근대적 가치를 올바르게 세우고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윌버의 통합이론에 영감을 받아 2013년에 끄적여두었던 시 - ‘진선미’는 조금 낭만적이다.



피어난 꽃은 진실되고

피어날 꽃은 아름답지만

틈 사이로 핀 꽃은

착하기만 하여라





2. 밥벌이의 진선미 (眞善美)


  만으로도 마흔 살에 이른 2019년엔 ‘밥벌이의 진선미’를 다시 묻고 있다. <그릿(GRIT)>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 교수는 인간의 밥벌이를 생업(Job), 직업(Career), 천직(Calling)으로 나누어 볼 것을 권한다.

 

<그릿GRIT>읽었던 기억은 가물가물해지고, 최근 나태주 산문집에서 이와 같은 글을 다시 읽었다.


  생업이든, 직업이든, 천명이든 모두 소중한 밥벌이다. 밥벌이는 진실되어야 하고, 이웃에게도 선해야 하며,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길이어야 한다. 나의 밥벌이는 분화와 통합으로 가는 길로 이미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밥벌이 외의 인간관계와 가장으로의 삶은 여전히 갈 길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밥벌이의 진선미


     참된 진리를 탐구하고 학습하다가

     착하고 올바른 것을 찾아 질문에 머물고

     우리 안의 어른됨을 일깨우고자 시를 쓴다네


     학습을 촉진하는 코칭은 생업(Job)이고

     질문을 디자인하는 직업(Career)을 만들고

     서툴더라도 시를 끄적여 천명(Calling)에 따라

     살아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성공한 삶인가?



 (2019. 8. 25. 질문술사 시인박씨 밥벌이의 진선미를 다시묻다)

밥벌이의 진선미 (초고)


3.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기


  생업이든, 직업이든, 천명이든 모두 소중한 밥벌이다. 밥벌이는 진실되어야 하고, 이웃에게도 선해야 하며,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길이어야 한다. 나의 밥벌이는 분화와 통합으로 가는 길로 이미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밥벌이 외의 인간관계와 가장으로의 삶은 여전히 갈 길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학습하고 코칭하는 일은 나와 너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의지며, 질문을 디자인하고 나누는 것은 이웃과 함께 이 길을 가고자 하는 포용의 시도이며, 시를 쓰는 것은 억눌린 내 그림자를 다독이는 통합의 여정이다.


 마흔이 되니, '진/선/미' 중 그동안 가장 눌러두었던 ‘미(美)’에도 미쳐보고 싶다는 의지가, 내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무엇이 나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


   ‘삶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방식 중 하나는 ‘삶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죽음을 아는 것도 삶의 탐구에 도움이 된다. 혹은 죽음과 같은 삶을 아는 것도 삶에 큰 도움을 준다. 우리는 모두 죽음 속으로 흘러갈 예정이라는 자각이 삶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갈 힘과 의지를 제공한다. 그리니 우리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더 오래, 또는 더 깊이 머물러 보길 권한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을 찾았다면 오늘부터 그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살아보길 권한다. 그 길에 당신의 천명이 숨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1년 전에 내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을 8개나 찾아내 끄적인 글은 여기에 있으니 참고하시길.​


4. 삶을 아름답게 하는 비결 중 하나

    '죽음을 기억하는 삶'


  톨스토이는 '소통, 몰입, 죽음을 기억하는 삶'을 통해 성장하길 권했다. 어리석게 나도 내가 언제든 죽을 수 있음을, 혹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언제든 내 곁을 떠나갈 수 있음을 망각하고, 삶을 낭비하곤 한다. 그래서 죽음을 기억하기 위한 작은 활동으로 '나의 묘비명'을 만들어보았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어떤 묘비명을 남기고 싶은가?


그는 외로울 때 시를 썼고, 괴로울 때 질문했다. 그리고 평생동안 학습하는 이들을 사랑했다.


  질문술사 시인박씨가 ‘삶이 외롭고 괴로워 참 다행이다’고 전해달란다.


(친구들이여. 걱정하지 말라. 자살예고 같은 것은 아니다. 외롭고, 괴롭지만, 아직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실제 묘비를 남기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듯하다. 하나님이 심술부리지 않고 이를 허락해주신다면 말이다... 음... 너무 불경했나? =_=a )


죽음을 묻는 것은 재탄생을 묻는 것과 같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누가 어렵게 살아남으면 물론 기뻐할 일이다. 실제로 상당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되살아난 생명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것이 진정한 영웅의 질문이다.’

_ 리처드 로어
[위쪽으로 떨어지다 Falling Upward]


당신은 묘비명으로 어떤 문장을 남기고 싶은가?
질문술사가 사랑하는 시인 나태주님의 [꽃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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