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외롭게 시를 쓰고, 괴로워 질문을 만들며, 나의 삶을 다시 묻다.
외로울 때 시를 쓴다
괴로울 때 질문한다
그러니 참 다행이다
외로울 때 시를 쓴다.
그대와 떨어져 있는 순간에도
그대와 함께 한 순간에도
늘 외롭다 느끼니 ㄴㅏ는 시인이다
괴로울 때 질문한다
괴로움이란 무엇인지를 묻고
괴로움의 원인이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
괴로움을 승화시키려면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늘상 물으니 ㄴㅏ는 질문술사다
그러니 참 다행이다
ㄴㅏ의 외로움이 시가 되고
ㄴㅏ의 괴로움이 질문 선물이 되어
그대들과 나눌 수 있으니
2019. 8. 25.
질문술사 시인박씨
오늘도 외롭게 시를 쓰고,
어제가 괴로워 질문을 만들며,
불안한 내일을 다시 또 묻고 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던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 한편이
사랑을 모르는 어른이의 눈물을 닦아주지만
이 모든 과정이 외롭고 괴롭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외로움과 괴로움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품고 살아가야 할 친구인가보다.
[詩足]
이번 달 8월에 끄적여둔 시와 질문 중 '브런치'에 올린 글이 벌써 21편이다(이 글은 22번째다). 새해에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하다가 최근에 끄적거린 글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 '혁신가의 질문'을 쓸 때처럼 (실제론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읽는 분들을 위해 실용적이거나, 통찰을 이끌어내는 글을 쓰려고 애쓰지 않고 있다. 그저 순간순간 살아가다 쓸 거리가 찾아오면 짧게 메모해두었다가 쉽게 쉽게 풀어낸 글이 대부분이다. 독자를 위한 글쓰기에 지친 후 나를 위한 글쓰기를 즐기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나를 위로하는 글을 쓰고, 내가 답하고 싶은 질문들을 끄적이고 놀 모양이다.
이번 달에 특히 많은 시를 끄적일 수 있었던 것은 불러주는 고객사가 줄어들고, 눈병에 걸려 다른 약속들을 취소하고 칩거한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다. 또한 내 일상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고, 소홀했던 이들의 고통과 슬픔을 마주하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이런 성찰들을 부끄럽게 기록하며, 그 일부만을 공유하고 있다.
바쁘게 살면서 눌러두었던 불안과 비명들이 하나둘씩 올라오는 시기다. 융의 말처럼 모든 그림자들은 창조성의 원천이다. 그러니 내 그림자에서 탄생한 이 과한 끄적임이 내게는 기쁘고 자랑스럽게 보이기보다는 나의 불안한 자아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증폭시키고, 슬픔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흔적이라 부끄럽다. 삶 속에 마무리 매듭을 지어야 할 것들과 책임지고 해결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는데 나는 이 글 감옥에 스스로 나를 수감하고, 현실의 외로움과 괴로움으로부터 무책임하게 도피하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시인, 정호승님의 시 한편 더 끄적여 옮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