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같은 내 친구의 선물을 다시 묻다
구름처럼 예쁘게 울던 내 친구
구름 같은 내 친구
오늘도 울고 있네
자신의 짙은 그림자가
세상의 빛을 가리고 있다고
제 어둠을 슬퍼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곤
땅으로 스미려 떨어진다네
구름같이 슬피 울던 내 친구
흘려보낸 눈물만큼 가벼워져
바람이 불면 흘러가고
바람이 멈추면 잠깐 쉬고
한숨을 내쉬곤 떠나간다네
친구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에서
따가운 햇살을 피하고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이미 늦고 말았네
벌써 저만큼 멀리 떠난
바람과 함께 흘러간 친구에게
자그마한 내 목소리는
전해지지 못했다네
구름 같던 내 친구
어제도 울고 오늘도 울더니
마침내 하늘에서 사라졌다네
땅으로 내려와 스며들고
씨앗에게 스며들어 사라지고
온 세상 목마른 생명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채
어느새 흔적도 없이 가버렸다네
구름처럼 잠들었던 내 친구
어느 날 강줄기 품에서 깨어나
흘러 흘러 바다로 갔다네
온전하게 충분히 쉬고 난 친구는
따사로운 햇살 한가득 받아들이곤
슬며시 떠오르고 다시금 떠올라
저 높은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네
나의 가난이 부끄럽고
나의 어리석음이 부끄럽고
나의 더러움이 부끄러워
외로이 울고 있던 어느 날
구름 같은 내 친구가 찾아와
울면서 반갑다고
다시 만나 반갑다고
함께 울어줄 수 있으니 좋다고
제 몸 약해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바보처럼 또 울면서
내게 안부를 전해오고 있다네
2019. 9. 6.
질문술사 시인박씨
구름 같은 내 친구의 눈물로
조금은 깨끗해진 어느 날
친구의 안부를 다시 묻다
예쁘게 눈물짓던 내 친구와 만났다.
문득 '구름 같다'라고 말해 주었다.
빛을 가려주고, 그늘을 선물해 줘서
눈물을 흘려, 목마름을 채워줘서
자리를 비켜 다시 햇볕을 볼 수 있게 해 줘서
그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단 한명의 착하고, 예쁘고, 진실된 친구를 위해
이렇게 시를 쓸 수 있게 해 줘서
무엇보다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