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다 문득 끄적여두다
2020.4.24
질문술사 시인박씨
봄날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다 문득 끄적여두다
詩足 _ 너는 늘 나무처럼 잘 자라지만, 나는 어찌 살고 있는 건지 부끄럽기만 하구나.
봄은 봄인데 코로나19 이후로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마스크로 얼굴을 감추고 걷다가 문득 봄볕을 느껴보려 하지만 따스함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흔들리는 나무를 잠시 바라보니 바람이 불고 있는 듯 하지만, 봄바람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끔 거울을 쳐다보면 흰머리가 부쩍 많아진 낯선 사내를 마주하게 된다. 세월은 흘러가는데, 나는 멈춰서 있는 것 같다. 나무도 멈춰서 있는 것 같지만 쉼 없이 자라고 있는 듯해서,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봄날이다.
詩足2 _ 나태주 시인의 <나무>
나는 그저 나무만 쳐다보고 말았지만, 나태주 시인은 ‘나무’가 되어 ‘너’를 바라보고 있다. 그에겐 사랑이 있고, 내겐 부끄러움만 있다. 좋은 글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글을 쓰는 인간의 결을 따라간다. 내 부끄러움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 나는 도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