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여정을 함께 걷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사건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때일수록 미래가 무엇을 가르쳐줄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이 좋다. _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아침에 앎•함•됨 연작시 다섯 편을 끄적여두었다. 10대에 품었던 학습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20대에 코칭의 관점으로 정리했고, 30대에는 친구들과 만나서 나누기도 했다. 이제 40대가 되어서야 시시한 시로 풀어보게 된다. 시라고 하기엔 부끄럽고 미숙한 글이지만, 이렇게 끄적여두는 나의 뻔뻔함이 좋다.
모름
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해답을 들이밀고 조언을 가장한
잘난 척하시는 꼰대가 다가오셨네
고맙긴 하지만 쓸모없다네 솔직히
문제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문제를 발견하는 최신 방법론
줄줄이 늘여놓곤 뿌듯해하시네
아하!
꼰대 양반
중요한 거 하나 배웠수다
모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는 척하는 게 문제로군요!
앎의 길
(Knowing)
앞에선 사람이 혼자 떠드는 것보다
둥글게 모여서 함께 나누는 게 좋더군요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기만 하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직접 해보는 게 좋더라고요
모범 답안 정답 찾아 헤매는 것보다
스스로 고민하고 답해 보는 게 좋더군요
당신이 제시해 준 답을 듣는 것보다
당신이 품어온 질문을 아는 게 좋더라고요
좋은 질문이 무엇일까 묻는 것보다
누가 물어줘야 더 좋은지 알아가니 좋네요
질문받자마자 서둘러 답하는 것보다
질문 적어두고 고민하고 머무니 좋더군요
어찌 알게 되었냐고요?
늘 겸손한 당신의 친구라 그래요
당신 덕분에 알게 된 것들이지요
함의 길
(Doing)
배우고 배워도 할 줄 모른다네
해본 적 없으니 할 수가 없다네
실수가 두려워 시도를 못하고
실패를 피하려 안 하는 이유 늘어놓네
본받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 만나고
정성을 담은 그의 행동에 감동해서
용기 내어 담대하게 따라 행해 보고선
진솔하게 돌아보고 성찰을 나눈다네
좋은 공부는 온몸으로 익히는
생생한 살아있는 경험이라는 걸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네
됨의 길
(Becoming)
스승님 스승님 제가요, 회사원이 되었어요
제 쓰임을 알아봐 준 대표님을 만났거든요
스승님 스승님 제가요, 아빠가 되었어요
절 아빠라 불러주는 공주님이 태어났거든요
스승님 스승님 제가요, 리더십 코치가 되었어요
이끄는 자리에 선 리더가 도움을 청했거든요
스승님 스승님 제가요, 드디어 작가가 되었어요
제가 쓴 책을 돈 내고 읽어주는 독자도 생겼어요
스승님 스승님 제가요, 이번엔 시인이 되었어요
일상과 아픔과 슬픔 그리고 괴로움과 친구가 되었거든요
스승님 스승님 제가요,
앞으로 어떤 인간이 되어갈 수 있을진
여전히 모르겠어요
그건요, 사람들이 저를 어떤 인간으로
반갑게 대해줄지 몰라서에요
그런데 스승님 스승님,
좋은 친구들을 만난 덕분에 조금씩
온전한 제 자신이 되어가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데 스승님,
무엇보다 스승님께서 늘 말없이
그저 지켜봐 주셔서 그런 것도 같아요
알랑가 몰라
제대로 알아야 할 수 있다거나
잘해야 어떤 존재가 된다느니
겁주고 협박하지 좀 마소
잘 몰라도 하다 보면 알게 되고
능력도 자격도 부족해도 어쩌다 보니
어떤 역할을 맡아 살아야만 했고
못해도 하다 보니 능숙해지더마
알랑가 몰라
인생에서 배움을 얻게 되는 건
두려움을 따르는 좁디좁은 길이 아닌
굴하지 않고 살아가려는
온전한 인간의 선택이 주는 선물임을
알랑가 몰라
두려움은 배움과 함께 춤출 수 없다는 것을
2020. 5. 7.
질문술사 시인박씨
모르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돕고
못 하던 것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어떤 존재가 본디 온전함을 일깨워주는 일을
밥벌이이자 업으로 삼을 수 있게 허락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 한번 더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