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다시 시작

글도둑

당신의 마음을 훔쳐가버린 문장은 무엇인가?

by 삼봄


글도둑


이놈이 내 맘을 훔쳤어


타인의 글인데 내 속을


훔쳐본 것처럼 감동을 주네


밑줄을 긋고 옮겨 적어도


훔쳐간 내 마음 돌려받지 못하네




야!


이 글도둑 놈아!!


내 삶으로 쑥 들어와


내 생각 내 마음 모두 다


훔쳐가면 어떡하니




2020. 5. 18

맘 훔쳐가는 시 쓰고 싶어 하는

질문술사 시인박씨

글도둑 (초고)
詩足 : 도둑놈 심뽀

가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도둑놈 심뽀가 자리하고 있다는 자각을 한다. 온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타인의 노고를 훔쳐서 결과만 손쉽게 가져오려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도둑놈 심뽀가 아니면 뭐겠는가? 사람을 만나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도 뭔가 훔쳐갈 것이 없을까 탐욕스럽게 두리번거린다. 보람찬 글을 쓰려면, 읽는 사람의 삶에 깊숙이 들어간 후 글을 써야 하는데, 그런 글은 쓰지 않으면서, 내 글을 읽어달라고 한다. 이건 도둑놈 심뽀가 맞다. 좋은 책을 쓰려면, 책 전체를 꿰뚫는 핵심을 찾아야 하는데, 독자를 위한 단 한 줄의 글을 먼저 완성해야 하는데, 일단 손에 잡히는 대로 쓰고 만다. 이것도 도둑놈 심뽀다.

내 안의 도둑놈 심뽀를 마주하다가 도둑놈 심뽀를 그린 시가 없나 찾아봤다. 마침 피천득 시인의 시 <꽃씨와 도둑>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시의 화자가 바로 도둑이었다. 유명한 수필가의 집에 숨어들어 훔칠 것을 찾아보는데, 아이쿠야! 꽃과 책밖에 없는 천상 서생의 집이었다. 그래도 명생이 도둑이니 그냥 갈 순 없어서, 가장 귀한 꽃씨를 가져가야겠다는 도둑놈 심뽀를 놓지 못한다.
피천득의 <꽃씨와 도둑>
타인의 글을 읽을 때도 내 도둑놈 심뽀가 작동된다. 그 글을 조금만 베껴서 내 글에 넣으면 어떨까 하는 유혹도 느낀다. 내가 쓴 첫 책에 참고도서가 많다는 것, 내가 도둑질을 많이 했다는 반증이다. 내 삶 속에서 온전히 글을 퍼올리지 못해서, 훔쳐온 경험과 생각들을 마치 내 것인 양 쓰기도 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 글들이 먼저 내 마음을 훔쳐간 것이다. 나는 하수 도둑이었구나! 진정한 도둑은 마음을 훔쳐가 버린다. 정말 그렇다. 그러니 앞으로는 내가 도둑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도둑질을 부르는 글을 쓰고 싶어 졌다. 어디 맘처럼 쉽겠냐만은 그런 대도(大盜)가 될 수 있다면, 그런 글도둑 될 수 있다면 참으로 멋진 일인 듯싶다.
훌륭한 글도둑이 많은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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