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보너스를 두둑히 줄께요. 그 이유는 당신이 말해 보세요.
보너스
시인박씨는 더 이상
월급쟁이가 아니라서
보너스 봉투 받을 일 없어도
아쉽거나 부러움 일지 않습니다
길 가다가 만난 들꽃도 보너스고
오랜만에 소식 들려준 당신 목소리도
비루한 제 삶에 뜻하지 않은 순간
다가온 보너스랍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대가보다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만난
모든 고마운 것들, 아름다운 존재들
모두가 모두가 보너스랍니다
특히 당신이 그렇습니다
2020. 9. 10
질문술사 시인박씨
매일매일 질문 하나를 선물 받아 답해보는 100일 질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 받은 질문의 주제가 ‘보너스를 받을 이유’였답니다.
보너스라..... 월급을 주던 직장을 나와서 프리에이전트의 삶을 살아온 지 꽤 되어서 보너스 받기 힘든 삶인데, 오늘 프로젝트 리더이신 ‘록담’님의 질문은 선물 같습니다. 제 삶에 보너스 같은 순간들을 끄적여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너스를 받는다면,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 무엇을 더해 주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서 보너스를 받았을 듯합니다. 스스로 주는 보너스가 아니라, 남이 준다면 어떤 이유로 보너스를 주실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1) 흔들리는 어른이의 삶을 토닥이는 시를 끄적여 나누다
: 어른됨을 묻는 80편의 질문과, 스스로 그런 질문에 답하며 80편의 시를 그적였습니다. 그것을 엮어서 <다시, 묻다>란 시집을 냈습니다. 또 종종 제 시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시를 손수 필사해서, 만나는 분들에게 주기도 합니다. 시는 지친 어른들의 삶을 위로하는 힘이 있더군요. 시를 선물 받은 다른 어른이가, 제게 보너스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시시한 시집 한 권 사 주시는 게 가장 좋은 보너스일 것 같기도 합니다.
(2) 학습과 성찰을 촉진하다
: 누구에게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워낙 바쁘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코칭이든 퍼실리테이션이든, 제가 하는 궁극적인 역할은 자기 삶을 성찰하고, 더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의미 있는 학습이 일어나도록 돕는 일입니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못 했던 것을 하게 되고, 어떤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촉진하는 일, 그리고 그 길에서 자기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성찰하도록 촉진하는 것은 너무도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뭐 이게 주된 밥벌이이긴 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참가자라면 보너스를 주시겠지요. 이 경우 보너스는 '다시 만나자'라는 약속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3) 함께 머물고 싶은 더 좋은 질문을 선물하다.
: 제가 삶 속에서 마주한 좋은 질문,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질문을 적어서 SNS에 공유할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나서, 어떤 질문을 품고 살고 계신지를 묻고, 더 고민해보셨으면 하는 질문을 끄적여 사진으로 촬영해 보내드릴 때도 있습니다. 명색이 질문디자인연구소 소장인데, 선물 같은 질문을 나눌 수 있어야겠지요. 작년 말에 출시된 <다섯 손가락 질문 카드>를 구입해주시면, 제게 5% 정도 인세가 지급됩니다. 매월 적다면 적은 금액이지만, 이런 돈이 통장에 들어올 때마다 보너스를 받는 기분입니다. 돈보다는 누군가 제가 만든 질문을 활용해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그런 듯합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질문을 다양한 형식으로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