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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ug 01. 2021

나태주 시인의 < 8월 >

무엇에 대한 뜨거움이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가?


  ‘차가움 삶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https://brunch.co.kr/@sambom/444


  뜨거운 존재들과의 만남은 우리의 성질 그 자체를 변형시켜버리곤 합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얼음이 물이 되고, 물은 증발되어 구름이 되는 계절입니다. 여러분의 삶은 무엇에 대해 뜨겁습니까? 어떤 뜨거움이 여러분의 존재를 다르게 변형시키나요?


  인생의 큰 흐름에서 보자면 제 삶의 계절은 이미 봄과 여름을 지나온 듯합니다. 제 안의 뜨거움은 어느덧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시를 읽고 쓰는 일과 뜨거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제외하자면 다른 일상의 거의 대부분의 욕망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뜨거운 존재가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이겠지요. 제가 뜨거운 존재로 살아가기보다는, 뜨거움을 품고 싶어 하는 존재들이 맘껏 뜨거워질 수 있도록 부채질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태양을 품고 있는 존재들과의 만남을 그리워하는 중입니다.


 신기하게도 여전히 저는 시를 읽고, 쓰는 일에는 뜨겁습니다. 매일 아침에 시 한 편을 읽고, 옮겨 적고, 나누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시를 읽고 든 생각들을 기록해보려고 브런치에 ‘삼봄 시 정원’이라는 제목으로 메거진 하나를 추가해두었습니다. 낭송한 시는 팟빵에 올려두고 있었는데, 글로도 생각을 더 정리해 남겨두고 싶었나 봅니다.


  오늘 아침에 머문 시는 나태주 시인의 <8월>이라는 시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8월>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묻습니다.


이 뜨거움이 없으면 / 어찌 여름이 / 여름일 수 있겠니?
나무나 곡식이며 풀들은 / 어찌 일 년을 견딜 것이며 / 사람 또한 그러하겠니?

_ 나태주 <8월 > 중에서…


 우리를 변화시킬 뜨거운 태양을 그저 피할 일만은 아닌가 봅니다. 더 뜨거워져야 할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올해 저는 홀로 뜨거워졌다가, 여름 소나기 맞으며 그 뜨거움을 식혀가고 있습니다. 제 삶을 변화시켜보겠다고, 조직을 변화시켜보겠다고 혼자서 뜨겁고 바쁘게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그 뜨거움이 오래가지 못하고 반년이 지난 지금 차갑게 식어버린 것 같답니다. 지난 실천을 돌아보다가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뜨거워지는 일의 무용함을 뒤늦게 깨닫고 있습니다. 이제는 함께 뜨거워져야 할 시기인데, 냉담하거나 지쳐버린 사람들 사이에서 저만 뜨겁게 설쳤으니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나 봅니다. 함께 뜨거워지지 못하니, 가까워지고 싶었던 이들과의 거리가 더 벌어지고 있더군요. 제 뜨거움을 전하기 전에, 그분들의 가슴속의 뜨거움이 무엇인지 먼저 묻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무엇에 대한 뜨거움이
당신을 살아가게 하나요?

 

여전히 저를 뜨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고 답해봅니다.


  올여름에 만날 벗들에게는 제 뜨거움을 서툴게 전하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품고 있는 뜨거움이 무엇인지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분들의 뜨거움을 알고 나면, 저의 뜨거움을 전할 수 있는 날도 있겠지요. 8월 첫날의 소나기가 저의 서툰 뜨거움을 식혀주고 있어 참 다행입니다.



2021. 8. 1.

삼봄

눈치보는 살기 보다는 먼저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진정성 있게 사는 일에 / 내 잘났다고 답을 주기 보다는, 상대와 함께 채워갈 넉넉한 빈칸을 만들어두고 기다리는 일에 / 그리고 씨앗 같은 시 한편 나누는 일에 더 뜨거워지고 싶은 여름날에….


삼봄 시 정원 팟빵에서 나태주 시인의 <8월> 낭송본 듣기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118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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