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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ug 04. 2021

짠물

별빛이 물든 물로 목마름 채운다


새벽에 도종한 시인의 ‘소금’이라는 시에 한 참  머물렀습니다. 사무실 까지 걸어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땀을 흐르더군요. 땀에는 염분이 스며 있으니 짠맛이 나겠지요.

길을 걷다 멈춰서서 조금 충동적으로 끄적인 글입니다. 제 삶의 짠 맛, 혹은 삶의 어둔 그림자가 묻어있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짠물



차값게 비싼 빌딩도 녹아내릴 만큼

바라보기 힘든 뜨거운 큰 별 아래서


쉼 없이, 끝없이, 목적도 없이

땀방울 흘리며 이름도 모를

잃어버린 무언가 되찾으려고


길을 잃고 골목길 또다시 누비다가

소금물 절어버린 옷을 벗어던지고

벌거벗은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졌다.



함께 있어도 온전히 마주하지 못하고

홀로 있음에 고요히 머물지도 못하는


외로움인지 목마름인지 삼켜보려 하다가

병든 물 마시고 얼음 사 씹어 먹어도

텅 빈 갈증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서 숨 쉬는 존재들에게

불편함 느끼는 내 존재가 제일 불편해서


가장 뜨겁게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차갑게 대하는 내 심장이 또 미워져서


매일 새벽 급하게 도망치듯 문을 나서

다들 잠드는 시간 몰래 돌아와 눕는다.



오만한 나, 꿈을 꾸지 않는다는 미몽을 꾸고

여전히 잠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몽유병 앓다

답답한 마스크 쓰고 밤길 걷다 강물 앞에 이른다.



미지근하게 더러워진 이 강물에 뛰어든다면

흘러 흘러 오염된 소금 바다에 이르게 된다면

무언가 달라질까 바보 같은 기대 또 품어보다가


미지근하고, 더럽고, 오염돼 썩어가는 물이

밖이 아니라, 남들 속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내 밑에서 끝없이 돌아다니고 있음을

사실, 외면하기 힘들었다고 그림자에게 고백한다.



정신도 챙기지 못한 어둔 밤이라 당연하겠지만

문 앞의 우산 하나도 챙겨 나오지 못한 밤이다.



갑자기 내린 여름밤 소나기 덕분에

까만 밤 눈에 들어온 그 빗물 덕분에

그림자 밑에 숨겨둔 눈물을 꺼내 담아


어린 나 태어났던 남해 바다를 향하는

저 고고한 강물에다 땀 맛 짠맛 보탠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하늘 밤 아래에서

고개를 들고 입을 벌려 소나기를 마신다.



별빛이 물든 물로 목마름 채운다.





2021. 8. 4.

가끔 이렇게 존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듬뿍 묻어나는

짠물에 젖은 글을 끄적여두곤 시라고 우기는

삼봄씨 이야기



가끔 이렇게 존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듬뿍 묻어나는 뜻 모를 글을 끄적여두곤 시라고 우긴다.

삼봄시정원 팟빵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122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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