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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ug 06. 2021

김윤배 시인의 < 홀로움을 오래 바라보다 >

‘외로움이 환해지는 순간이 있다.’ _ 황동규

김윤배 시집 [바람의 등을 보았다] 중에서…



홀로움이란 무엇일까요?



  가끔 사전에도 없는 낯선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인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새롭고 낯선 말들을 접할 때마다 당황하기도 하지만,  말의 뜻을 알게  후에,  낯선 단어가 우리 삶의 단면을 이해하고 소통하기에 용이하다고 느껴지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어느덧  새로움이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치환되지요.


홀로움 - 외로움이 환해지는 순간이 있다.’

외로움이 두렵지는 않아요. 내가 외롭다고 말할   말은 ‘외로워 죽겠다 아니라 그냥 ‘외롭다라는 사실을 뜻할 뿐입니다.  외로움은 가볍습니다.”

_ 황동규


  ‘홀로움’이란 말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물론 저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말입니다. 황동규 시인님이 직접 만드신 조어라고 합니다. 외로움이 환해지는 순간 - 가볍고 즐거운 외로움을 ‘홀로움’이라는 시어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유독 시인들은 이 홀로움을 자주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외롭고 고독한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선 자신만의 고유한 숨결과 시선이 담긴 시를 쓰기 어렵겠지요. 릴케를 비롯해서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에 머물자는 시인들이 많았던 것을 떠올려보면, 시인들에게 ‘홀로움’이라는 단어는 반갑고 멋진 표현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저도 이 낯선 단어가 주는 울림에 빠져서 황동규 시인의 시집과 인터뷰 등을 찾아서 읽어보게 되더군요.



홀로움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외로움을 즐겨야 하는 사람들, 홀로움을 경험하는 사람들, 비단 시인만 있겠습니까? 제가 그동안 만나본 수많은 창작자와 리더들도 자연스럽게 이 홀로움을 품고 경험하며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김윤배 시인은 서로의 홀로움을 오랫동안 마주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우정이 된다고 말합니다. 외로움에 머물다가 - 그 외로움이 환해지는 순간 - 홀로움을 즐기는 저와 여러분을 응원하고 싶어 졌습니다. 홀로움에 머물다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봅니다. 오늘도 홀로운 새벽에 시 한 편 읽고, 다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2021. 8. 6. (금)

홀로움에 머물고 있는

삼봄씨 이야기



당신 홀로움은 때로 둔중하고 때로 날카로워 영혼을 소스라치게 한다

  영혼을 위한 번제, 멀리서 온 당신을 위해 아껴두었던 술병 뚜껑을 비튼다 술향기에 섞여 흐르는 짧은 침묵, 우정이란 홀로움을 서로 오래 바라보는 일다 당신은 고즈넉이 취하여 소파에 잠시 눈 붙이고 꿈속에서 청룡사를 다시 찾는 것은 아닌지, 그때 길을 길이 아니라고 막아서던 스님의 눈빛도 맑고 깊은 홀로움이었다

  인간에 대한 경계는 용서하지 못하는 두려움 때문은 아닐지 모든 경계에는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어찌 몰랐는지 사람에 대한 매혹을 버리는 일은 홀로움의 고뇌이다 빈 잔 속으로 늦여름 들어와 눕는다 사람을, 그 미혹과 열정을 아는 데는 얼마나 많은 홀로움의 시행을 버렸을지

  세상의 사물들이 감당해야 할 홀로움이 이름인지 모른다 당신이 부르는 순간 불린 것들은 우주 속에 홀로 존재하는 것이다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손 흔들어 홀로움의 시행을 보낸다 따스하게 차오르는 마지막 시행, 남은 자의 홀로움이다

_ 김윤배 <홀로움을 오래 바라보다>


> 삼봄詩정원 팟빵에서 낭송본 듣기 : https://m.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123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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