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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ug 07. 2021

김명수 시인의 <입추 무렵>

가을의 문턱이지만 여전히 뜨거운 날입니다.

김명수 시인의 <입추 무렵>을 2021년 입추(8.7)에 옮겨 적어 보았습니다.


  오늘이 입추(立秋)입니다. 가을이 다가오고 열대야가 사라진다는 가을의 문턱입니다.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여전히 뜨거운 날입니다. 그저 선선한 가을을 기다리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시절입니다. 아직 여전히 여름의 뜨거움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날입니다.



입추입니다.
가을의 문턱이지만
여전히 뜨거운 날입니다.

이 뜨거움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번   내내 '뜨거움' 주제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질문도 만들어보고, 생각들을 기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있습니다. 뜨거운 시간은 뜨겁게 보내야,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다가올  같습니다. 이번  낭송에서는 김명수 시인의 '입추 무렵' 리더들의 '뜨거움' 촉진하기 위해 끄적여둔 삼봄씨의 질문을 함께 담아보았습니다. 저녁 무렵 산책이나 운전하시면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삼봄詩정원 팟빵에서 낭송본 듣기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124137


2021. 8. 7.

입추가 되었지만,

여전히 뜨거움을 묻고 있는

삼봄씨 이야기

길에는 사람들이 먹고 버린
여름과일 껍질들이 아직 그대로 남았고
또한 우리들이 먹고 버린
청량음료병들도 뒹군다
입추 무렵 되새겨보노니
지난 여름은 무더웠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선선하다
바람이 불면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흔들리고
이 도시를 둘러싼 먼산들도
멀리서 뚜렷하게 바라보인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무더웠다
그러나 오늘 저녁은 선선하다
바람이 불면 키우던 집의 개도 털이 흔들리고
개는 한곳에서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기다렸던 것은
이런 선선함인가
이런 날에는
우리들의 생은 더욱 외로워진다
우리들의 생은 더욱 쓸쓸해진다
도시의 뒷골목을 혼자 걷다가
우두커니 옥상에 혼자 서봐도
우리가 정녕 잊어버리려 했던 것은
지난 여름의 무더위만이 아니었던 것을 깨닫는다
이런 날에는
아침 저녁으로 바람은 선선하고
서녘하늘에 구름만 높아졌다

_ 김명수 <입추 무렵> 1990년 노량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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