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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ug 24. 2021

나태주 시인의 <가을이 온다>

더위가 마지막으로 머물다 간다는, 처서(處暑) 무렵에….

  어제는 24절기 중 14번째 절기인 처서(處暑)였습니다. 여름이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는 시기입니다.  처서(處暑)의 첫 글자인 ‘處’ 자는 주로 시간과 때를 뜻합니다. 탁자에 잠시 기대어 머무르는 사람의 모습(処)을 표현한 것에서 발전되었다고 풀이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태양 아래 더위(暑)가 아직 머물고 있는 시기이지만, 조만간 선선한 가을을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할 때인가 봅니다.


나태주 시집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중에서…


이번 가을에 담아두고 싶은
장면은 무엇입니까?


  가을이 오면 어떤 장면을 담아두고 싶고, 어떤 소리를 담아두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의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어떤 장면을 담아두고 싶나요?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물, 풍경들이 담기겠지요. 가을이 되면 자연스럽게 울긋불긋 일상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담게 되는데, 올 가을에는 좋아하는 벗들의 얼굴을 좀 더 자주 담아두고 싶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구름 위에 카메라를 놓고, 바람 속에 녹음기를 놓았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어떤 소리를 녹음해두고
싶나요?

  장면을 담는 카메라는 이미 대중화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일부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소리를 기록해 담아두는 녹음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목소리를 담아두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소리는 묘한 울림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미팅을 기록하기도 하고, 일기를 녹음기에 기록하기도 하지만, 벗들에게 제 목소리로 녹음한 시를 보내주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에는 제 목소리만 담아두지 않고, 벗들에게도 좋아하는 시 하나 녹음해 보내달라고 청해보려고 합니다.


  다가오는 가을, 어떤 장면을 담아두고 싶은지, 어떤 소리를 담아두고 싶은지 다시 묻고 싶어서 끄적끄적 기록을 남겨둡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시절이지만, 다시 만날  있다면 서로의 얼굴을 사진에 담고, 서로 만나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목소리를 전할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1. 8. 24.

더위가 물러가는 처서 다음날, 가을을 기다리는

삼봄詩이야기


> 삼봄詩정원 팟빵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137829



구름 위에 카메라
놓았으면 좋겠어
너 보고 싶을 때마다
너의 모습 찰칵
찰칵 사진으로 찍어
나한테 전해주도록

바람 속에 녹음기
놓았으면 좋겠어
너 생각날 때마다
너의 숨소리 스륵
너의 콧노래 스르륵 담아
나한테 전해주도록

오늘은 또 구름 높고
바람까지 좋은 날
여름이 가려나 보다.

_ 나태주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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