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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Nov 16. 2021

박진숙 시인의 <그대는 어디가 이픈가>

내 안의 상처도 돌보지 않은 내게 다시 질문한다.

‘살아 있는 것 다 아프다
 다시 잠들었는데
 꿈속에서 내가 죽었다’

_ 류시화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중에서…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몸이 보내오는 신호를 무시하고,

맘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서,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다.

아니 아픔을 무시하고 살아가곤 한다.



자신의 아픔을 돌보지 못하고

함께 하는 이들을 돕긴 어렵고

타인의 아픔에 함께 울지 못하면서

타인을 돕겠다는 것은 오만이더라.



간혹 자신이 아픔을 너무 크게 느껴

타인에게도 고통을 주는 이가 있는데

그렇게 비극적인 표현을 하기 전에


"무엇이 자신을 아프게 하는지 면밀히 들을 때,
삶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_ 마리암 그린스팬 <감정공부>


잠시 멈춰 서로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축하할 것은 축하하고, 아픔이 전하는

참된 요청이 무엇인지, 진짜 필요한 게 뭔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아침에 읽은 시가 타인의 상처에 무감각하고

내 안의 상처도 돌보지 않은 내게 다시 질문한다.



나의 아픔은 무엇이던가




좁은 벼랑길을 돌아나올 때
맞은편에서 오던 노인에게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노인은 지나갈 생각은 않고 내게
문득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나는 기침을 했습니다
열이 나서 몸을 떨었습니다
안 아픈 데 없이 온몸이 쑤셔왔습니다
노인의 소맷자락을 부여잡을 듯 대답했습니다
다 아픕니다

노인은 지나갈 생각은 않고
쳐다보지도 않고
위로도 하지 않고
뼈만 남은 손가락을 들어
내 가슴을 가리키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이제까지 따라다닙니다
내게 회초리가 되었습니다

_ 박진숙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

낭송본 링크 https://podbbang.page.link/wJ16AJAiGsNqQnU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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