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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Nov 15. 2021

공광규 시인의 ‘별 닦는 나무’

이 계절에 우리는 또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오늘도 가을을 담은 시 한편을 찾아보았다.


  가을이 되면 늘 시가 고프다.


낙엽이 떨어지는 오늘도 벗이 보내준 시 한 편을 필사하고 낭송해 보았다.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느냐는 질문을 담은 공광규 시인의 글이었다.


  https://youtu.be/Eh3tXHu-F40

<별 닦는 나무> 필사 및 낭송 영상입니다.

  별을 노래하는 시는 늘 반갑다. 어두운 밤에 스스로 빛나는 존재들은 인간에게 경이로움을 선물해준다. 살다가 만나는 사람에게서 빛나는 무엇을 발견하고 싶고, 그 빛이 어둠 속 세상의 희망이 되길 바라는 낭만적인 생각을 종종 한다.


  

나는 별을 보고 있는가?


  하지만 현실은 사람들에게서 못난 점, 어둔 면, 그림자 따위만 바라본다. 남 탓을 하고, 시기와 질투, 그리고 비난을 하고 있는 나를 깨닫곤 화들짝 놀랄 때가 많다.

별보다 그림자를 닮른 삼봄씨

  벗들에겐 사람들의 밝은 점을 보고, 그들의 잠재력과 아직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에 집중하자고 권하지만 막상 나는 그렇게 타인이라는 존재를 별처럼 바라보고 있는지 되물으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나는 별을 노래하는 시보다, 별의 부재를 고백하는 글을 자주 끄적이곤 한다.


https://brunch.co.kr/@sambom/305


  김광규 시인은 ‘별을 품은 나무’도 아니고 ‘별을 닦는 나무’를 노래했다. 별의 은혜를 입은 나무가 아니라, 별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나무를 그려냈다. 일상에서 걸레질도 잘하지 않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이윽고 변신의 계절 가을이다.
이 계절에 우리는 또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시인은 은행나무에 ‘별 닦는 나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은행이 봄과 여름 내내 금빛 별을 열심히 닦았더니, 은행잎에 그 노란 별가루가 묻어버렸다는 것이다. 가을이 되어 노랗게 된 은행잎을 이렇게 해석하다니 시인의 시선이 신선하다.

  그런데 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별 닦는 나무는 은행나무의 새로운 이름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새로운 이름이 될 수 있다. 그는 별을 닦는 은행나무처럼, 당신을 닦는 은행나무가 되고 싶다. 한 나무의 변신이 한 사람의 변신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윽고 변신의 계절 가을이다. 이 계절에 우리는 또 무엇이 될 수 있을까.

_ 나민애 문학평론가


   나민애 교수님이 이 시를 소개한 글도 찾아 읽어보았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시 한 편을 소개해 주는 코너가 있더라. 검색하다 보니 나태주 시인의 딸이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랍고 반가웠다.




  늘 그렇듯 두서없는 글이 되었다.  팟빵에도 낭송본(+잡설)을 올려두고, 별 닦는 나무 같은 벗들에게도 보내려 한다.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는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 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불러주면 안되나
당신이라는 별에
아름답게 지고 싶은 나를

_ 공광규 < 별 닦는 나무 >


: 삼봄詩정원 팟빵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 https://podbbang.page.link/YYpd2Qsn17VNMhhb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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