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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Nov 11. 2021

에린 핸슨의 <아닌 것>

당신이 아닌 것은 무엇입니까?

  "자기 자신을 알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_ 찰스 핸디 <코끼리와 벼룩> 중...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문장을 '너 자신의 무지함을 깨달아라'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산파술로 널리 알려진 질문법으로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 무지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불편했던 이들에 의해, 아테네 법정에서 스스로 변론을 한 후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였지요. 저는 우리의 무지함을 깨닫자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삶 속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아닌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큰 기쁨이 될 수 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주제로 한 대화(Talk)를 준비 중입니다. 사실 전문가와 전문성에 대해서 제가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할까 하는 고민도 해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전문가가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 오래 머물며 사유해 보고 있습니다.

시인은 전문가인가? 삼봄씨는 질문 전문가인가? .....
Q. 시인은 전문가인가?  (어제 끄적여둔 메모)

“스님이 그냥 스님이듯 시인은 그냥 시인이다. 제 좋아서 하는 일이니 굳이 존경할 필요도 없고 귀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 그 가운데 어떤 이들은 시나 모국어의 순교자가 아니라, 단지 인생을 잘못 산 인간들일 뿐이다.”
_ 장정일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1. 프로페셔널한 시인(?)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시를 읽고 쓰고 나누는 일에 전문성을 키워가겠다는 무모한 마음을 품고 있진 않다.

2. 대학시절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포함해 피터 드러커의 지식근로자론을 한참 공부했었고, 그 영향인지 모르겠으나 나 역시 전문가로 살고 싶었다.

3. 아마추어(Amateur)를 초심자나 비전문가라는 뜻으로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으나, ‘스스로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더 정확한 듯하다.

4.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프로페셔널답게, 과정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처럼 즐기며 일할 수 없을까? 밥벌이의 고단함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어야 보다 온전한 ‘아마추어’가 될 수 있을 듯하다.

5. 모든 일에 전문가가 되려는 것은 어리석다. 전문(專門)은 아주 좁은 문이다. 전문가 역시 전문영역 외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못난 인간일 뿐이다.

나는 나의 못남까지도 즐기고 싶은 야심을 여태 품고 있다. 아마 그래서 종종 시를 쓰나 보다.


  온전한 삶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온전하지 않은 삶이 무엇인지 발견해보고, 풍요로운 삶을 바란다면 풍요롭지 않은 삶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아닌 것을 분별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지만, 끝이 아닌 시작점으로 삼기엔 꽤 좋은 질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란 당신에게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_ 골드렛

   류시화 시인의 엮은 <마음 챙김의 시>에서 에린 핸슨의 <아닌 것>이라는 시를 필사 및 낭송해 옮겨봅니다. 당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즐거움 누려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_ 에린 핸슨 <아닌 것>
 ( 류시화 번역 : 마음 챙김의 시)

: 삼봄詩정원 팟빵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 https://podbbang.page.link/8Wiks2KTxCWPzs9X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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