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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Dec 05. 2021

사람은 행복한 곳에 시 안에 서고 싶어하지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를 읽다가 ‘싱가포르’라는 시를 필사해둡니다


착하지 않아도 돼

  마음산책에서 번역해 출간된 메리 올리버의 시집 <기러기>를 구입해 읽고 있는 중입니다. <선생님, 오늘도 무사히!>라는 성장학교 별 김현수 선생님 책에서 <기러기>라는 시를 여는 시로 인용해두셨더군요. 소설가 김연수 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담긴 번역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된 시이기도 합니다. 민승남 번역가 님의 문장도 매끄럽게 잘 읽힙니다.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 낭송본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초원들과 울창한 나무들,
산들과 강들 위로.
그러는 동안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을 높이 날아
다시 집으로 향하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저 기러기들처럼 거칠고 흥겨운 소리로 너에게 소리치지 -
세상 만물이 이룬 가족 안에 네가 있음을
거듭거듭 알려주지.

_ 메리 올리버 <기러기> (민승남 옮김)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메리 올리버는 교보문고 광화문 현판의 문장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지요.

'이 우주가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

_ 메리 올리버 <휘파람 부는 사람> 중에서..​


  사랑하는 능력도, 질문하는 능력을 우리 모두 선물 받았다고 하니 기쁜 소식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두가지 능력 중 질문하는 능력은 조금 많이 받았고, 사랑하는 능력은 조금 부족하게 받은 게 아닌가 의심해보곤 합니다.




그러니 오늘,
그리고 모든 서늘한 날들에
우리 쾌활하게 살아가야지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어둠이 짙어져가는 날들에 쓴 시’를 옮겨적고 낭송해두기도 했습니다.

해마다 우리는 목격하지
세상이
다시 시작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풍요로운 곤죽이 되어가는지.
그리니 그 누가
땅에 떨어진 꽃잎들에게
 
그대로 있으라
외치겠는가,
존재했던 것의 원기가
존재할 것의 생명력과 결합된다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진실을 알면서.
그게 쉬운 일이라는 말은
아니야, 하지만
달리 무얼 할 수 있을까?
 
세상을 사랑한다는 우리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그러니 오늘, 그리고 모든 서늘한 날들에
우리 쾌활하게 살아가야지,

비록 해가 동쪽으로 돌고,
연못들이 검고 차갑게 변하고,
한 해의 즐거움들이 운명을 다한다 하여도.


_ 메리 올리버
 < 어둠이 짙어져가는 날들에 쓴 시 >



사람은 행복한 곳에,
시 안에 서고 싶어하지



  오늘은 <싱가포르>라는 시 한 편을 필사해 옮겨둡니다. 이상하게도 그녀의 시에는 뭐라 뭐라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고, 멍하게 음미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

메리 올리버의 <싱가포르> 필사 및 낭송 영상입니다.

  메리 올리버의 시 안에 서서 조금 더 머물러 봅니다.

마음산책에서 메리 올리버의 시 카드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녀의 질문도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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