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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Feb 04. 2022

입춘(立春), 봄을 세워줄 벗을 기다리며

박완서 작가님의 <시를 읽는다>를 낭송해 담아둡니다.

박완서 문장, 이성표 그림이 어울어진 시그림책 <시를 읽는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_ 박완서 <시를 읽는다>  


> 삼봄정원 팟빵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 https://podbbang.page.link/q4b7DJMrV9vqpDu78


   

 

 오늘은 입춘(立春)입니다.


  입춘날 아침에 아침에 박완서 작가님의 문장과 일러스트레이터 이성표 님의 그림이 어우러진 <시를 읽는다>를 펼쳤습니다. 아름다운 그림은 목소리에 담지 못하고, 박완서 작가님의 글만 필사하여 삼봄의 목소리로 낭송해 담아두었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은 ‘위로받기 위해 /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 무서워서 /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고 하셨는데, 문득 저는 왜 시를 읽는지 묻고 답하고 끄적여 두고 싶어 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쓴 볼품없는 시를 읽어주는 독자는 왜 삼봄의 시를 읽어주는지도 궁금해졌답니다.



나는 왜 시를 읽는가?


“시를 경험하는 것은 현실 너머를 보는 것이다. 물리적인 세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찾는 것이며, 다른 삶과 다른 층위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며, 가장 중요하게는 젊고 늙고,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타인과 나누는 것이다.”

< 누가 시를 읽는가 > 프레드 사사키, 돈 셰어 저


  고요한 새벽, 저는 홀로 아침을 맞이하며 시를 읽곤 합니다.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필사하여 손으로 읽고, 누가 들어주는지도 모르지만 소리 내어 느리게 느리게 음미하며 낭송을 녹음해 SNS로 연결된 벗들에게 공유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가끔 마음을 울리는 문장에 머물며 모작처럼, 같은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저만의 시를 창작해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끄적인 시에 질문을 덧붙여 몇 년 전에 <다시, 묻다>라는 시집도 한 권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왜 저는 시를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시를 읽고 쓰는 경험이 제 자신의 인간됨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누구를 위해 시를 읽고 있는 것일까요? 인생에 중요한 질문들에 정해져 있는 답이 없는 것처럼, 제가 시를 사랑하고 음미하는 명확한 이유 따위도 없을지 모릅니다. 시를 읽다 보니, 시를 더 좋아하게 되었고, 시를 좋아하다 보니, 가끔 시를 쓰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입춘(立春)입니다. 봄을 맞이할 준비를 다시 하며, 예전에 끄적여둔 저의 시 한 편도 덧붙여 둡니다. <봄을 세워줄 벗에게>라는 제목을 달아두었습니다. 아마도 제게 시를 읽는 이유는 ‘새봄처럼 다가올 벗을 환대하기 위해서’, ‘우리 안의 봄을 일깨우기 위해서’인 듯합니다. 모두 따스한 봄날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차가운 바람에
두꺼운 옷과 답답한 마스크
두려움에 떨며 벗질 못하건만

언 땅을 녹이며 그리운 봄
발 밑에서부터 다시 봄
별빛에 이끌려 빛나는 봄
자라나고 있단다 새로운 봄

검붉고 긴 겨울밤
미혹된 꿈에 빠진 후
아침이 밝도록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잠에 취해
이름도 나이도
잊어버린 친구여

반가운 봄을
따스히 맞이해 줄
이미 깨어있는 봄벗은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내 얼을 흔들고
나를 일으켜 세워서
봄나들이 가자고
새로운 씨앗 함께 심자며
새이름 불러 줄 봄벗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_ 삼봄詩作  <봄을 세워줄 벗에게>


입춘(立春) 날 새벽에 삼봄씨가 낭송해 둔 자작시 한편을 ‘봄벗’들에게 보냅니다. https://podbbang.page.link/nx3QQ9T8cruUHZfT6




당신은 왜 시를 읽는가?
 

  따스한 마음 품고 계시는 봄벗들께서는 ‘시를 읽는 이유’를 댓글 한 줄로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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