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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Feb 07. 2022

화살

고형렬 시인의 시와 파울로 코엘료의 글을 함께 옮겨 담아두었습니다.

화살은 의도다.
화살은 활의 힘을 표적의 정중앙에 전달한다.
의도는 명료하고 올곧고 균형 잡혀 있어야 한다.

  한번 떠난 화살은 돌아오지 않는다. 따라서 발시에 이르기까지의 동작이 부정확했다면, 시위가 완전히 당겨졌고 표적이 앞에 있다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쏘기보다는 중간에 동작을 멈추는 편이 낫다.

  하지만 단지 실수가 두려워 경직될 때는 망설이지 말고 쏴라. 올바른 동작을 취했다면 손을 펼치고 시위를 놓아라. 화살이 표적을 빗나가더라도 다음번에 더 잘 조준할 수 있는 법을 배울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결코 알 수 없다.

  화살 하나하나가 마음에 기억을 남기고, 그 기억들이 합쳐지면서 너는 점점 더 활을 잘 쏠 수 있게 될 것이다.” _ 파울로 코엘료 <아처> 중에서…


당신이 쏘아 올릴 화살은
어디를 겨냥하고 있나요?


   쏘는 법에 관한 코엘료의 책을 완독 했지만, 압축된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새벽에 다시 꺼내서 필사하며 읽게 된다. 다른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만, 활과 화살을 손에  사람은 활을 쏘아야  때와 활을 내려놓아야  때를  분별해야 한다. 손에  힘에 취해, 무턱대고 화살을 날리면 과녁도 아닌데, 화살에 맞아 상처 입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평상시에는 화살을 내려, 활대도 풀어놓고 있어야 한다.

세상은 조용한데 누가 쏘았는지 모를 화살 하나가 책상 위에 떨여져 있다.
누가 나에게 화살을 쏜 것일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화살은 단단하고 짧고 검고 작았다. 새 깃털 끝에 촉은 검은 쇠. 인간의 몸엔 얼마든지 박힐 것 같다.
나는 화살을 들고 서서 어떤 알지 못할 슬픔에 잠긴다.   
심장에 박히는 닭똥만한 촉이 무서워진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아파왔다.
― 혹 이것은 사람들이 대개, 장난삼아 하늘로 쏘는 화살이, 내 책상에 잘못 떨어진 것인지도 몰라!

_ 고형렬 <화살>


  고형렬 시인의 ‘화살’이라는 시도 찾아서 함께 읽어보았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맞은 사람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 문득 나는 화살을 쏘는 궁수의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화살에 맞아 아파하는 과녁의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 묻다가……. 내 존재는 코치일 때 ‘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답해본다.


행동 없는 기도는 활 없는 화살과 같다. 기도 없는 행동은 화살 없는 활과 같다. _ 엘라 휠러 윌콕스


  도구는 주인을 가린다는 말처럼, 조금 까다로운 활이라, 함부로 궁수가 나를 잡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아니 때를 가린다고 해야 할까? 그가 겨냥하고자 하는 표적, 그가 들고 있는 화살, 그리고 궁수 역할을 하는 그 사람 자체를 세심히 살피고 살펴야 하리라. 나를 들어서 코치로 활용하는 리더가 활을 쏠 때와 아닐 때를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 삼봄詩정원 팟빵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

https://podbbang.page.link/nNEh1Ud9qAMCmh5i6


#삼봄冊張 :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아처>를 읽다가…

2006년경 NLP University의 로버트 딜츠가 방한한 적이 있었는데, 운 좋게도 그분에게 조셉 캡벨의 영웅의 여정 모델에 기반한 코칭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상징을 떠 올려보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활’이라는 이미지가 올라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존재하는 당신이며, 당신의 정체성이다.’ _ 로버트 딜츠

  내가 어떤 존재로 살고자 하는지가 명확해지자 고통스럽게 느껴지던 세상에 대한 해석이 한꺼번에 전환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정체성에 관한 스스로의 해석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리더들을 코칭할 때에도 정체성을 재구축하는 작업에 깊은 열정을 갖게 되었다. 아무튼…. 활, 화살, 표적, 궁사에 관한 통찰이 돋보이는 코엘료의 아처를 읽다가 그때의 기억이 다시 올라온다. 좀 여유로워지면 배워보고 싶었던 활쏘기를 위해 양궁장이든, 국궁장이든 들려서 활을 한번 잡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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