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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Feb 17. 2022

자작나무 같은 스승을 만나고 온 이후

정호승 시인의 <자작나무>를 다시 필사하고 낭송해 담아둡니다.


나의 스승은 바람이다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다
나는 새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일찍이 바람을 가르는 스승의 높은 날개에서
사랑과 자유의 높이를 배웠다

나의 스승은 나무다
새들이 고요히 날아와 앉는 나무다
나는 일찍이 나무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을 견디는 스승의 푸른 잎새에서
인내와 감사의 깊이를 배웠다

자작이여
새가 날아오기를 원한다면
먼저 나무를 심으라고 말씀하신 자작나무여
나는 평생 나무 한그루 심지 못했지만
새는 나의 스승이다
나는 새의 제자다

_ 정호승 <자작나무에게>


당신에게 잠시 쉬어갈 그늘을 선물해 주는 그 사람은 누구인가요?


  삼봄씨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는 나무 같은 아름다운 벗들이 있습니다. 작은 나무도 있고, 키 큰 나무도 있습니다. 어제는 키 큰 나무 한 그루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추운 겨울 밤 하늘을 홀로 날다 지친 새처럼, 잠시 그 키 큰 나무에 앉아 쉬면서 숨을 골랐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에 ‘나무 그늘에 낮아 / 나뭇잎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그런 넉넉한 나무 그늘을 품고 있는 키 큰 나무같은 스승들 많이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던 학생이였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스승인 척, 마치 소크라테스라도 된 것처럼 요즘 저는 ‘나의 빛나는 무지를 아는 지혜’를 자랑하며, 리더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일이, 우리안의 어른됨을 일깨우는 일이라는 오만한 생각에 종종 사로잡혔답니다. 최근에도 그런 자의식 과잉에 빠져 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의 오만함을 반성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도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충분한 높이와 지친 새들이 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갈 따스하고 넉넉한 품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새가 나무의 제자이고, 새가 나무의 스승이 되는 그런 관계 -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관계를 성숙시켜 나가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자작나무 같은 그 분입니다.

> 삼봄詩정원 팟빵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282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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