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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Feb 20. 2022

꽃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품안의 칼을 먼저 버리라고?

정호승 시인의 <꽃을 보려면> 필사 및 낭송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길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_ 정호승 <꽃을 보려면>




꽃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칼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수많은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리더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 진정한 리더십이 개발되지 않는 이유를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창준 대표님은 ‘그간 리더십에 대한 무수한 허구적인 이벤트와 책들은 무슨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처럼 현혹하면서 그릇된 환상만을 부추겨 왔다’며 ‘리더십에 대한 비법을 운운하는 데서 벗어나 자기 삶의 존재양식을 바꾸려는 근원적 변화(Deep Change)에 직면할 때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화려한 티칭이라는 칼을 휘두르기 보다는 투박한 러닝으로…. 리더십을 가르치는 자가 되기보단, 리더십을 함께 배우는 자로 살아가자고 이야기 하십니다. 새벽에 동네 스터디 카페로 출근해 정호승 시인의 <꽃을 보려면>을 다시 필사하고 읽다가, 내가 정말 칼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를 물어봅니디.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하는 저를 마주하는 새벽입니다.


“무능력함 혹은 무지를 감추면 어떤 것도 배울 수 없다.” _ 로널드 A. 하이페츠


  최근 제가 꽤 오랜 시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한 리더십 학습조직에서, 제 자신의 무능력함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최근 하고 있는 학습활동과 훈련들이, 이 리더십 훈련을 시작하면서 이야기 나눴던 우리의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 함께 만들어보자고 말했던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적합한 방식인지, 단지 과정에 의무적으로, 관습적으로 참여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리더십 공부를 하면서 정말 얻고 싶은 결실은 무엇이고, 정말 해결하고 싶은 실질적인 아픔(Pain Point)은 무엇인지 다시 묻고 한명 한명의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오년 전 삼봄씨의 첫 책 <혁신가의 질문> 출간을 함께 축하해 주시던 그 그룹 초기 멤버들. 지금은 인원이 더 많아졌습니다만… 다들 젊네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이 학습조직 멤버의 배움보다는, 저의 칼(?)을 휘두르는 것에 더 취해있던 순간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리더들의 리더십 개발의 여정을 북돋아주기보다, 리더십에 대한 몇 가지 효과적 접근법을 안내하면서 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에 더 큰 가치와 희열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르치는 척, 배우는 척으로는 결단코 리더십이 개발될 수는 없겠지요.


  머리로가 아니라, 온 존재로 리더십을 배우고, 리더십을 개발하는 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력하고 북돋아주는 일에 저는 여전히 무지하고 무능력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습니다. 일단 제 자신부터 리더십을 배우고 개발하는 일에 더 좋은 방법을 실험해보는데 더 초점을 두게 됩니다. 나부터 잘하고, 그다음에 함께 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

  오늘 리더십 일기엔 ‘리더십은 고백 점프다’라고 끄적여 두었습니다. 솔직한 고백 없이는 도약의 기회도 없겠지요. 여전히 ‘점프’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또 칼을 너무 휘둘렀음을 ‘고백’합니다. 여전히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피어날 꽃님들을 기다리며 또 이렇게 부끄러운 성찰을 남겨둡니다.


> 삼봄詩정원 팟빵 방송에서 다시 듣기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28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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