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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Mar 29. 2022

삼월의 봄

그리고 최백규 시인의 숲을 거닐며

시들어가는 것은 어째서
모두 이토록 아름다운가

_ 최백규


저항할 수 없는 봄


삼월의 봄은 여전히 미숙하다.


여전히 추운 날들이 이어지고,

여전히 놓치는 것들은 많고,

여전히 온전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여전히 먼저 다가서지 못하도록

굳어있고, 비어있고, 쪼개져서 비겁한 봄.

  

비루하게 아름다운 삶은 여전히 아리다.


그러나 봄은, 이미 내려왔고

씨앗은, 미리 심어두었으니

봄비도, 땅으로 스며들었으니

그대와 함께 피어날 일만 남았다.


저항할 수 없는 봄이다.


아직 피어나지 못한 꽃은
아직 빛나지 못한 별들은
아직 열리지 못한 만남은

왜 이토록 가슴 시린가?

삼봄詩作 <삼월의 봄>


최백규 시인의 시집을 읽다 끄적여 둔 글을 시라고 우기는 삼봄씨


  오늘 아침엔 처음 만나보는 낯설고 젊은 시인의 詩 한편을 목소리에 담아보았습니다. 새벽에 시 한편으로 마음의 창을 열고, 새로워진 아침을 고요히 바라봅니다. 서로 같은 아침빛을 바라보는 나무님들이 여기저기 연결되어 숲을 이루고 있나봅니다.


시가 주는 울림이 좋아서 바로 최백규 시인의 시집을 구입해 책장에 담아두었습니다.

> 삼봄詩정원 팟빵에서 낭송본 듣기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313110



——

비 내리는 병실에서
빛이 일렁이고 있다

우리는
서로 같은 아침을 바라본다

연한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창을
연다

비를 맞으면서도 눈을 감지 않는

미래를

사랑이라 믿는다


_ 최백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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