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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Mar 30. 2022

밥값은 하고 있는가?

정호승 시인의 밥값과 시인 삼봄의 밥값


세상에는 가도 되는 길이 있고 안 가도 되는 길이 있지만 꼭 가야 하는 길이 있다. 나는 이제야 그 길이 시와 시인의 길임을 확신한다. 시인이 한 편의 시를 남기기 위해서는 평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침묵의 절벽 끝에 한 채 서 있는 작은 수도원에서처럼 시는 묵언의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그 무엇임을 새삼 깨닫는다. 지금까지 써온 시보다 앞으로 쓸 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눈부신 오늘 아침을 맞이한다.

_ 2010. 11.
   정호승 시집 <밥값> 시인의 말 중에서..




 밥값은 하고 있는가?


 어제 친구들과 선배님과 만남에서 밥을 얻어먹고, 밥값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담아둡니다. 시인으로서 오늘 밥값은 다 한 듯 하고, 이제 회사가서 밥값을 해야겠습니다.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_ 정호승 <밥값>

밥값

이 땅 위에는 두 종류의 시인이 서 있단다.

굳건히 서서 밥값을 하는 어린 시인이 있고,

아직 밥값도 못하고 비틀거리는 어른 시인이 있다.


어제는 멋진 선배와 친구들에게

맛있는 밥을 얻어먹었는데

여전히 소화가 안되고 있다.

아직 밥값을 못하는 시인이라 그렇다.


여전히 가난하고 슬픈 어린 시인들에게

밥 한끼 대접할 줄 아는 세상을

내 힘으로만 만들 수 없겠지만

시인 친구 정도는 될 수 있겠다.


늘 시집을 몇 권 사서 쌓아두고

부끄러운 글씨라도 시를 필사해 선물하고

탁한 목소리에 시를 낭송해 담아두는 일을

오늘도 할 수 있어 고마운 새벽이다.



> 삼봄詩정원 팟빵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313931

‘너는 내가 화가가 된 것을 후회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하겠지.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그런 후회를 하는 사람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충실한 훈련은 게을리 한 채 승리자가 되려고 허겁지겁 달려왔을 것이다. 그날을 위해 사는 사람은 오직 그 하루만 사는 사람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지루하게 생각하는 해부학, 원근의 비례 등에 대한 공부를 즐겁게 할 정도로 그림에 신념과 사랑을 가진 사람이라면 계속 노력할 것이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자기 세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_ 빈센트 반 고흐

#윈모닝 #삼봄冊張 #영혼의편지
#시인삼봄의삶이부끄럽진않습니다
#다만밥값못하는저의시가부끄럽습니다
밥값 못하는 시인에게 친구들이 밥 사준다고 해서 외출중인 삼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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