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문제
둔하고 어리석고 편협한
내 마음 그릇에 담긴 작은 사랑으로는
이 크고 넓고 거대한 세상의
복잡한 문제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풀어낼 수 없다는 걸
매번 잊어먹는다
착한 벗들과 현명한 스승들의
따스하고 지혜롭고 평온한 사랑 속에
잠시 접촉하고 고요히 머무르면서
그 커다란 사랑을 잠시 빌려와
아주 작고 사소한 일 하나를 풀어낸다
_ 삼봄詩作 <해결(解決)>
> 삼봄시정원 팟빵에서 낭송본 듣기 : https://podbbang.page.link/Gu1gU21UQ6ruhKQz6
문제 그리고 해결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를, 어느 한 개인이 해결하긴 어렵다. 대게 이런 커다란 문제는 드러나거나 숨겨진 이해관계 및 상황에 대한 인식, 각자 자신의 필요와 그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수단에 관한 생각, 그리고 숨겨진 가정과 편견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신과 같은 존재가 개입하거나 지혜로운 누군가 짠 하고 나타나서, 얽힌 매듭을 순식간에 풀어줄 것이란 기대는 실현되기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니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가?
시나 끄적이는 내가 그걸 어찌 알겠나. 다만 문제에 얽혀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친해져야 한다.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이해하려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실천들이 부분적일 수밖에 없음을 겸손히 받아들여야 한다. 누구 하나가 먼저 다가서서 계속 말을 걸어야 한다. 대화와 연결의 장을 열어야 한다. 단기적인 희생을 감내해서라도, 공동의 목적을 찾기 위해 잠시 자신의 의견과 섣부른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나도 가끔 문제 해결에 성공한 적이 있더라. 아니 정정한다. 내가 문제를 해결한 적은 거의 없고, 함께 문제를 해결한 기쁨은 맛본 적 있다. 그 과정을 돌아보면 분명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높아지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창조적 대화가 반드시 선행되었다. 좋은 벗들과 연결되고, 창조적 대화를 나누는 여유 없이 시도된 해결책들은 당장 무언가가 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오답인 경우도 많았다.
나는 홀로 해결할 수 없다. 내 한계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중이지만, 그 한계에 갇혀 있고 싶지는 않다. 분명 나 홀로 해결할 수 없으나, 우리가 더 깊이 연결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자고 용기를 내서 실천하기 시작한다면, 분명 오랜 시간 고통받았던 문제들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나는 이렇게 믿고 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