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가장 이상한 세 단어>
가장 이상한 세 단어
- 비스와봐 쉼보르스카 -
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새벽에 일어나 비스와봐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끝과 시작>에서 ‘가장 이상한 세 단어’라는 시를 선택해 필사해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시인의 역설적 지혜가 가득 담긴 시를 옮겨적고 나니, 저도 시 한 편 끄적여두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가장 이상한 세 단어가 아니라, 요즘 제게 가장 아름답게 다가오는 세 단어 ‘봄’, ‘꽃’, ‘시’를 한 글자씩 써두고 떠도는 마음을 미숙한 글에다 담아둡니다.
봄・꽃・시
- 삼봄詩作 -
봄을 맞이했지만
그대와 나, 그리고 세상을
온전히 바라보고 있는지
봄을 살아내고 있는지 물으시면
부끄러움에 물들어 숨고 싶답니다
꽃이 만발하며 피어나고 있지만
그대와 나,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바라보고 있는지
꽃 피도록 물을 주며 돌보고 있는지
좀 더 가까이 다가서서 묻지 못했습니다
시(詩) 한편, 매일 아침
목소리에 담아 보내고 있지만
그대와 내가 가꾸는 세상이라는 텃밭에
그대와 내가 뿌리내릴 마음밭에
씨앗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궁금해도
조급한 마음 드러내지 않을게요.
다만
시(詩) 한 편
봄날의 꽃을 보듯
바라볼 여유 있기를
> 삼봄詩정원 팟빵 방송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319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