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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pr 16. 2022

우린 모두 사랑에 서툴다

서툰 사랑에 관한 시 한 편과 류시화 시인의 <어떤 사랑>을 필사해둡니다


류시화 시인의 신작 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에서 필사해 담아두었습니다.


어느 길을 걷든
네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어느 곳을 가든
너를 찾아다녔다
네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첫 음절 외우면서부터
모든 단어 속에서 너의 이름을 찾았다
너의 이름 알지도 못하면서

소리 들리는 곳마다에서
너의 목소리 쪽으로 귀를 열었다
네가 어떤 언어로 말하는지도 모르면서

수많은 얼굴들 속을 여행했다
너를 알아볼 수 있기 바라면서
너의 얼굴 본 적도 없으면서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너는 아픔이면서 그 아픔 낮게 하는 손이므로

서로 다른 길 가고 있을 때에도
서로 다른 곳 바라볼 때에도
네가 나를 살게 했다


_ 류시화  < 어떤 사랑 >




서툰 사랑

삼봄詩作



우린 모두 사랑에 서툴다


누구를 사랑해야 할지도 헷갈려하고,

그 사람을 보다 온전하게 사랑하는 방법에

아직은 미숙해서 약간의 배움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니 조금 서툴다고 해도 괜찮다

상대가 알아주지 못해 서운함 느껴도 괜찮다

누가 감히 사랑에 능숙해질 수 있겠는가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건 대게 착각이다

우린 모두 어느 정도 짝사랑에 익숙하다

사랑은 본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내가 사랑하는 쪽이었다는 생각은 오만한 편견이다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는 입장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싶을 뿐


그대의 큰 사랑이

여전히 나를 초라하게 한다

여전히 나를 살아가게 한다


받은 사랑의 일부라도

되돌려주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여전히 나를 초조하게 한다


나는 그대를 사랑함에

여전히 서툴다.





삼봄詩정원 팟빵 방송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327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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