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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Oct 18. 2023

오늘 아침 기도

삼봄詩 필사노트 20231018 &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 필사 및 낭송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_ 이문재 <오래된 기도>



아침에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문을 필사했다. 예전에 끄적여둔 <오늘 아침 기도>를 다시 꺼내 조금 수정해 다시 쓰고, 낭송도 해 본다. 중간에 목소리가 조금 튀어서 어색하나 수정 없이 그대로 남겨둔다


오늘 아침 기도 필사 및 낭송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애쓰는 날보다
오늘 우리가 살아있음을
무엇으로 표현하면 좋을지
상상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그저 주어진 일들을 바쁘게 처리하는 날보다
우리가 행하는 이 일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이 일에 우리의 진정성과 온전함을 담아본다면
어떻게 다르게 해 볼 수 있는지
질문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그저 이 악물고 버티며 견디는 날보다
아프면 아프다 하고 힘들면 힘들다 하며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기보다는
함께 하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 내미는 날 되게 하소서

_ 詩因 삼봄 <오늘 아침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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