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봄詩作 231207 _ <읽다>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_ 천양희 <너에게 쓴다>
읽다
너의 글을 읽는다.
한 문장 한 문장에 담긴
네 삶과 마음을 읽으려 했다.
허나
네게 가 닿고 싶어 하는
ㄴㅐ 마음만 읽혔다.
네게 좋은 독자도 되어주지 못한
이기적인 놈이라 괜히 미안했다.
너의 애씀을 그리 읽었다.
_ #삼봄詩作 <읽다>
||| 아침에 깨어 천양희 시인의 <너에게 쓴다>는 시를 읽다가 문득 ‘나는 좋은 독자인가?’를 되묻고 있다. 책상 위에는 스승과 벗들이 한 문장 한 문장 정성스럽게 쓴 글과 책이 어지러이 쌓여 있다. 정리되지 못한 내 책상 위를 바라보며 부끄러운 마음 올라왔다. 작가들이여. 부디 이 못난 독자를 용서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