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봄詩作 231211 ||| 삼봄씨는 살짝 충만
내 귀는
대숲을 스쳐오는 바람소리 속에서
맑게 흐르는 산골의 시냇물에서
혹은 숲에서 우짖는 새 소리에서
비발디나 바하의 가락보다
더 그윽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빈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만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한 것이다.
_ 법정 스님의 《텅빈 충만》 중에서
존경하는 스님께선 소유를 내려놓고
고요 속을 거닐자고 권하신다.
허나 속세에 찌든 삼봄의 마음은
늘 무언가로 가득 차 있어
스님의 고명한 가르침을 따르기 어렵다.
온갖 불필요한 잡동사니로 가득 차서
오히려 텅 빈 것처럼 빈곤함과 허기를 느끼고
이 상태에 빠지면 무언가
끝없이 자극을 찾아다닌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의 소란스러운 마음에도 귀를 기울이게 하고
비워낼 것, 남겨둘 것을 글로 풀어내어
마음속의 빈자리를 조금씩 넓혀주곤 한다.
이렇게 끄적이고 나니
살짝 충만해지는 아침이다.
_ 삼봄詩作 <살짝 충만>
지난 주말에는
물의 정원을 다녀왔다.
차갑지 않은 바람이었고
고요한 물소리는
듣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