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봄 Dec 14. 2023

미안하지만 낮에는 다른 친구를 만나야 한단다.

삼봄詩作 231214 ||| 우울한 친구에게


젊은 날에는 ‘우울’이 찾아오면

무시하고 그냥 일을 했다.

우울은 종종 나를 찾아왔고

더 시끄럽게 소리쳤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리가 들려오자

삶이 조금씩 무너졌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우울이 내게 미리 알려주려

그리 애썼는데 무시했었다


이제는 우울이 찾아오면

잠시 함께 놀아준다

그 친구랑 함께 놀다가

끄적이는 게 내가 밤에 토해내는

시시한 시다


우울한 친구와 만나며

기록해 둔 글들이 또 쌓여간다

몇 권의 책으로 엮을 정도로 또 쌓였다


미안하지만 낮에는

다른 친구를 만나야 한단다

그러니 이제 이슬과 함께

잠시 사라져 줄 수 있을까?

밤에는 다시 만난다고 약속할게


_ 삼봄詩作

 <우울한 친구에게>

||| 우울한 글을 싫어하는 내 밝기만 한 친구들께서는 어둠이 묻어있는 글이 싫어 떠나기도 하더라. 아직도 친구로 남아있는 벗들에겐 고마운 마음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를 사랑하긴 쉬우나, 삶을 사랑하긴 어렵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