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봄詩作 231214 ||| 우울한 친구에게
젊은 날에는 ‘우울’이 찾아오면
무시하고 그냥 일을 했다.
우울은 종종 나를 찾아왔고
더 시끄럽게 소리쳤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리가 들려오자
삶이 조금씩 무너졌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우울이 내게 미리 알려주려
그리 애썼는데 무시했었다
이제는 우울이 찾아오면
잠시 함께 놀아준다
그 친구랑 함께 놀다가
끄적이는 게 내가 밤에 토해내는
시시한 시다
우울한 친구와 만나며
기록해 둔 글들이 또 쌓여간다
몇 권의 책으로 엮을 정도로 또 쌓였다
미안하지만 낮에는
다른 친구를 만나야 한단다
그러니 이제 이슬과 함께
잠시 사라져 줄 수 있을까?
밤에는 다시 만난다고 약속할게
_ 삼봄詩作
<우울한 친구에게>
||| 우울한 글을 싫어하는 내 밝기만 한 친구들께서는 어둠이 묻어있는 글이 싫어 떠나기도 하더라. 아직도 친구로 남아있는 벗들에겐 고마운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