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아직도 그대를 따르는 이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자가 없는 것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고 귀신이거나 마음속의 허령한 것입니다.'
_ [소설 원효] 원효의 아내 요석공주가
원효를 따르며..
빛을 향해 미친 듯이 날아가는 부나방들
자신의 그림자가 선명히 보일수록
어둠이 주변을 삼켜갈수록
빛을 향해 더욱 더 빠르게 달려든다
스스로 빛나는 별의 숨결, 빛
태양의 숨결은 강렬하고
북극성의 숨결은 흔들림이 없다.
부나방들은 이 숨결에 취하여 흔들린다
그림자를 달고 사는 어린 백성들
언제나 그 숨결을 따라 살아가고자 발버둥 친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길어지는 그림자에
몸서리치며 두려워한다
스스로 빛나던 이의
열세번째 사도란 이가 소리쳐 외친다
‘온 세상 속에 그림자 없는 분만이
스스로 빛나는 존재입니다.
그림자 달고 다니는 죄인들은
마땅히 태양아래 업드려 사죄하시오‘
‘웃기는 소리’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미소짓던 이가
자신에겐 그림자가 없음을 주장하며
자신이 바로 스스로 빛나는 이의
환생이라 주장하고,
자신을 경배하라 요구한다.
부나방들은 혼돈스럽다
빛을 향해 나아가며
그림자로부터 도망칠지
아니면 어둠을 향해 경배하며
그림자를 숨겨야할지
스스로 빛나던 이는 눈물 흘린다
너희가 네 안의 빛을 꺼낼 때에만
진실로 그림자가 사라질터인데
너희는 그림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구나
친구를 기다리던 별은
울다 지쳐 깜빡 잠이든다
_ 박코치의 통합 코칭 시집 [박씨전] 047
2013. 6. 10. 질문술사
- 그림자는 기꺼이 빛 아래 존재하려는 이들에겐 언제나 따라 붙는다. 그림자가 있음을 축복할 지어다. 캄캄한 어둠 속에 웅크린 이들에게는 그 그림자 조차도 보이지 않을 것이니
- 그렇다면 항상 그림자가 있어야 하는가? 생각해 보다가 빛나는 태양이나 별들은 그림자를 갖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 내게 아직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스스로 빛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구나.
- 내가 빛나면, 빛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함께 있는 이들이 빛날 때까지 나는 그들에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나쁜 존재이리라. 다행히 나는 요즘 빛나지 않고, 어둠속에 처박혀 살아가는 듯 하다.
- 내 그림자도 싫고, 네 그림자도 싫을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覺自迷者 非大迷矣
知自闇者 非極闇矣
스스로 자기가 미혹되어 있음을
깨닫는 자는
크게 미혹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 자신이 어둠 속에 있음을
아는 자는
극히 어두움에 있는 것이 아니다.'
_ 원효
『보살계본지범요기(菩薩戒本持犯要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