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길이면 직장인이 되고, 친구와의 저녁 약속에선 유치한 아이가 된다. 집에선 아이의 부모가 되고, 주말엔 부모님의 자녀가 된다. 모든 이들이 이런 역할들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어떤 역할도 결국 삶의 전부는 아니다.
나의 역할을 되돌아보았다.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날, 고객에겐 한없이 친절하게 응대하면서 정작 가족에겐 짜증을 냈다. 팀원들의 보고서는 꼼꼼히 검토하면서, 아내의 이야기는 건성으로 듣고 넘겼다. 한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다른 역할은 뒷전이 되어버렸다.
어떤 역할에 너무 몰입하다 보면 오히려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 이제는 알겠다.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해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완벽한 직장인이나 부모가 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그저 조금씩 나아가면 된다. 여러 개의 역할을 가진다는 건, 어쩌면 우리가 불완전하지만 온전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걸 인정하고 균형을 맞춰가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역할의 가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