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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Bright May 04. 2016

어떤 제목.prologue

바야흐로 프롤로그

나는 글 좀 쓴다는 사람이 고깝다. 사진도 노래도 마찬가지다. 놀고먹는 일이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이라고. 그저 타고난 대로 살다가 칭찬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지. 나도 그 정도는 할 줄 안다. 나도 대충은 다 할 줄 안다. 그저 어떤 한 분야로 길을 정하지 못한 것뿐이야. 90점 까지는 맞을 수 있겠는데, 100점을 위해서 남들보다 두세 배의 노력을 하기가 싫을 뿐인 거야. 조금은 뒤틀리고 약간은 이상한 질투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며 나는 정식으로 뭔가 남겨보기로 한다.


글을 쓴다는 건 사실 스스로를 위한 일이다. 아무것도 없는 평온함이 아니라 요동치는 것들 한복판에서 휩쓸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바로 글을 쓰는 행위의 본질이다. 뭔가 불만이나 기쁨이 차고 넘치니까 표현하지 않을 수 없어하는 것이 글쓰기다. 그러나 좋은 글쓰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살랑거리는 미사여구나 아니면 어쭙잖은 세계관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싫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 글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은근한 기대와 자신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 작가들을 비웃을 의도는 전혀 없지만) 대체 성공의 타락한 로또 버전 같은 '시크릿'이나, 아픔으로 허덕이는 이들에겐 쉬다 못해 상해버린 '아프니까 청춘'이나, 수험생들에겐 성경과도 같은 수많은 쓰레기 비법서들을 펼쳐보니 내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으려면 얼마나 그럴싸한 글을 써야만 할 것인지 잘 알겠다. 게다가 그 대중들이 좋아할지 아닐지는 사실 운과도 같아 내가 글쓰기로 먹고살 수 있을 거란 보장은 터무니없이 적지 않은가 말이야. (대중을 비웃을 의도 역시 전혀 없지만) 사람들의 심리가 참 이상하다. 깊이 있는 글을 쓰면 못 알아듣는 이들이 어렵다며 탓하고, 가벼운 글을 쓰면 재미가 없다고 비웃고, 쉬운 글을 쓰면 장황하다고 싫증을 낸다. 그렇지만 어떤 가수는 옷을 벗어젖히고 인기를 얻으며 또 어떤 성직자는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신도를 끌어모은다.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모차르트인가 모촤릇트인가를, 질투한 것과는 질이 다르다. 나는 뭔가 실체가 없는 것을 시기하고 있다. 대체 무엇으로 글을 써야 한단 말인가. 대중이 원하는 글은 뭐란 말인가. 나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연예인이 쓴 글에 달리는 좋아요 숫자가 부러울 뿐인가. 솔직해져야 하는 순간이야. 대중을 깔보면서도 사람들의 사랑은 받고 싶은 그런 상태로 나이를 먹어간다면 나는 평생 만족할 수 없을 거야.


한 가지의 주제로 내 글을 끝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지금껏 여러 가지를 두고 고민해왔고 내 세계를 넓히는데 깊이보다는 넓이를 신경 써왔다. 나는 다만 내가 잘하는 일을 즐기면 되겠지 생각하고 내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새로운 글이 올라오기 전에는 이런 고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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