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세계튤립축제 (2020.4.14~5.15)
활짝 피어난 꽃만큼 따듯한 봄의 정취를 머금은 것도 없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가장 많은 품종의 튤립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올해 이 축제는 COVID-19의 전파/확산 방지를 위해 관람객 밀집이 예상되는 체험/공연 프로그램은 취소한 대신, 조기 개장 및 야간 개장을 통해 인원을 분산한다. 4월 14일부터 5월 15일까지.
2012년에 처음 문을 연 태안 튤립축제는 2016년부터 태안 세계 튤립축제로 그 규모를 더욱 키워 방문객을 맞이했다. 2017년 ‘세계 5대 튤립축제’에도 선정된 이 축제는 호주 캔버라, 터키 이스탄불, 인도 스리나가르, 미국 스캐짓밸리 등 유명 튤립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약 한 달간의 축제 기간 동안 매년 4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는 인기 축제로 자리 잡았다.
튤립은 몇 종류나 될까? 많아 봐야 한 오십 종 정도라고 생각하겠지만, 무려 300여 종이나 된다. 12월부터 2월까지의 절화용 튤립이 팔리고, 3~4월부터는 정원에서 튤립이 자라 사람들을 반긴다. 200여 종의 튤립, 수백만 송이를 바로 태안에서 만날 수 있으니, 축제장을 찾은 꽃 애호가들이 곳곳에서 사진을 찍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경쾌한 노란 빛깔을 자랑하는 Strong Gold, 기다랗고 꼿꼿한 초록 줄기 위로 선명한 빨간색을 매단 Red Power, 짙은 붉은색에서 출발해 테두리로 갈수록 노란빛을 내뿜으며 중세의 봉긋한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World's Favorite, 50cm나 자라 무릎까지도 올라오는 핑크 빛의 Jumbo Beauty, 그리고 형형색색의 튤립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튤립 품종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정중앙에 위치한 비밀의 정원 관람 코스에는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튤립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꼭 들러봐야 한다. 늦게 꽃을 틔우는 겹 튤립인 Icecream은 보송보송하고 둥근 모양으로 정말 이름과 꼭 닮았다. 하나의 구근에서 여러 꽃망울을 틔우는 Bouquet과 일반적인 튤립보다 길게 꽃잎을 틔워 올리는 Blushing Lady 등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새로운 튤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중앙 광장에는 40m 크기의 초대형 공작새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긴다. 뿐만 아니라 경자년(庚子年)을 맞이해 귀여운 쥐, 중국의 랜드마크 판다, 복의 상징인 돼지, 개 등 다양한 동물 조형물들도 어린이들의 발길을 잡아 끈다.
광장 앞의 풍차 모양 전망대에 오르면 축제장 곳곳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너른 꽃밭에 꽃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면 제대로 본 것이 맞다. 화가의 정원이라 이름 붙은 꽃밭들마다 아델렌 궁전에 홀로 남겨진 엘사, 정글 숲을 누비는 모글리, 기다란 머리칼을 풀어헤친 라푼젤이 자리 잡고 있어 마치 동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다. 걷다가 마주하는 전망대는 그냥 지치지 말고 꼭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자. 멋진 풍경은 마음에, 풍경을 배경으로 셀피는 휴대폰에 끝도 없이 남길 수 있다.
수상 재배가 가능한 튤립의 특성을 살려 물 위에도 정원이 펼쳐진다. 물 위에서 펼쳐지는 수상정원과 열대지방을 연상케 하는 야자수 길까지 이색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화훼전시관, 화훼판매장, 열대식물 전시관, 분재원 등 각종 온실에서는 온갖 귀한 꽃나무를 구경하고 직접 구매도 할 수 있다. 특히 화훼판매장에서는 태안 현지의 농가가 재배한 꽃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니 관람을 마치고 퇴장하기 전에 꼭 들러보자.
COVID-19의 전파/확산 방지를 위해 축제장 곳곳에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축제장의 모든 출입구에는 열 감지 센서를 설치해 열이 나는 사람은 즉각적으로 입장을 막는다. 매일 아침과 저녁에 방역 실시하고, 실내 공간에는 손 소독제 비치하고 있다. 행사 관계자 및 전 스텝이 마스크 착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찰/소방/의료 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전날 관람객들의 입장 추이는 시간부터 인원까지 정확한 통계자료로 매일 홈페이지 업데이트되니, 관람객이 적은 시간대를 고르고 싶다면 참고할 만하다. 관람객들 간 접촉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일부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은 취소하였고, 인구밀도 분산을 위해 야간 운영을 확대했다. 22시까지 입장(23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야간에는 공원 내 LED 조명이 각양각색으로 빛나 꽃과 함께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이 축제는 야외에서 진행되는 덕분에 반려동물 입장도 가능하다. 단 목줄과 배변봉투를 지참은 필수다. 반려동물과 함께 일상을 벗어나 함께 꽃밭 사이를 산책하고, 바닷바람을 쐬며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축제장 근처에는 꽃지 해변, 안면도 수목원, 자연휴양림이 자리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주꾸미, 꽃게장 등 태안을 대표하는 다양한 봄철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