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늘어난 일상 속 여백을 예술이 채운다. 서울의 지하철역 곳곳에 구본창, 채병록, 미켈레 데 안드레이스(Michele De Andreis), 크리스트자나 윌리엄스(Kristjana S. Williams) 등 내로라하는 거장들이 작품을 걸었다. 지하철을 타고 도시를 오가는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특별한 예술관, 우이신설선의 각 역은 일부러라도 들러 일일이 돌아볼 이유가 차고 넘친다.
[아티스트스테이션] 박효빈 ⓒ Ui Art Line
시민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만개: UI Blossom’ 전 등이 서울시 우이신설선의 13개 역사에서 열린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2017년부터 서울 동북부 지역을 연결하는 우이신설선의 역사마다 상업광고 대신 문화예술 콘텐츠를 내 거는 기획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20년 8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11개 역사와 열차 내부를 통합 큐레이션하고, 신예 작가부터 현대사진 거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가진과 각종 예술기관, 스타트업 기업까지 동참해 총 289점의 작품을 풍성히 선보인다.
예술로
여행
주제전 ‘만개: UI Blossom’와 ‘아티스트 스테이션’이 신설동역, 보문역, 성신여대입구역과 솔밭공원역에서 열리고 있다.
[만개: UI BLOSSOM] 구본창 ⓒ Ui Art Line
신설동역에는 일상적으로 경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녕과 희망을 기원하는 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사진의 거장 구본창 작가는 이전에 발표하지 않았던 꽃 사진 6점을 이번에 공개했다. 작가가 직접 가정에서 씨를 뿌리고 재배하여 만개한 아마릴리스와 심비디움, 하얀 모래를 배경으로 스님이 들고 있는 연꽃 등 1998년에서 2012년 사이의 개인사가 담겼다.
[만개: UI BLOSSOM] 채병록 ⓒ Ui Art Line
신설동역 출구에서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꽃밭 일러스트 5점은 회화적인 요소와 문자를 결합해 독창적인 그래픽 디자인을 선보여온 채병록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작가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움츠러든 시민들을 위로하고자 원형으로 재구성한 피크닉 매트에 꽃봉오리를 담고, 꽃밭의 이미지에 ‘만발(滿發)하다 (Be in Full Bloom!)’의 외침을 투영했다. 이 공간을 함께하는 모두의 일상에 기대와 웃음이 만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만개: UI BLOSSOM] 미켈레 데 안드레이스 ⓒ Ui Art Line
보문역에는 이탈리아의 패션 사진작가인 ‘미켈레 데 안드레이스’가 코로나19 격리기간 동안 예술과 휴머니즘에 대한 열정을 담아 창작한 현대적인 식물 사진이 걸렸다. 사막에서 꽃을 그린 화가 조지아 오키프에서 영감을 받아, 열악한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아티스트의 열정을 표현했다. 또한,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실에는 네덜란드 라익스 미술관(Rijks Museum)이 소장한 17-19세기 식물화 24점을 관람할 수 있다. 현대와 근대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을 꽃과 식물 작품을 통해 마주할 수 있다.
[만개: UI BLOSSOM] 크리스트자나 윌리엄스 (2) ⓒ Ui Art Line
대학생을 비롯해 젊은 연령대의 유동인구가 많은 성신여대입구역에는 이용객의 미래를 축복하는 크리스트자나 윌리암스의 작품이 설치됐다. 아이슬란드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자연을 상징하는 동식물, 모험과 여행을 상징하는 지도, 열기구 등의 이미지를 결합해 경이로움이 넘치는 신세계를 표현해왔다. 작가는 한국 지하철에서의 첫 전시를 위해 작가 스튜디오에서 스텝으로 일하는 한국인 청년 디자이너 ‘김수형’을 모델로 삼아 특별한 작품(‘동쪽의 미스김’, ‘서쪽의 미스김’)을 선보인다. 이 역을 지나는 두 개의 지하철 노선을 상징하면서도, 이곳을 지나는 청년들의 꿈이 동서양을 넘어 찬란히 펼쳐지기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아티스트스테이션] 오택관 ⓒ Ui Art Line
솔밭공원역에서는 박효빈, 오택관 두 작가의 시적 감성이 느껴지는 회화작품과 홀로그램의 리드미컬한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박효빈 작가는 순수 회화 작품을 통해 일상에서 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휴식을, 오택관 작가의 설치작품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움직이는 도시로의 환상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더 개방하고
더 긴밀하게
‘오픈 전시’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아마추어 작가부터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가 적은 신진작가, 그리고 지하철이라는 실험적인 공간에서 전시를 연출하고 싶은 기획자 등 예술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공익 포스터를 제작하는 그룹인 파코(PACO)가 처음으로 선정됐으며, 이번 전시에서 코로나19가 사회에 가져온 변화 속에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메시지를 던진다.
[인플루언서 초청전] 유대얼 ⓒ Ui Art Line
정릉역에는 광고 기획자로 유명한 유대얼의 사진작품이 걸렸다. 세계 곳곳의 일상의 순간들을 아름다운 장면으로 담아낸 사진집 ‘아다지에토’의 대표작들을 통해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격리되기 이전의 일상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볼 기회를 제공한다.
[협력전] 네이버그라폴리오, 코스믹그린, 버즈아트 ⓒ Ui Art Line
화계역 등 5개 역에서는 네이버 그라폴리오, 코스믹 그린, 버즈아트,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가 함께하는 ‘협력 전시’로 북적인다. 각각의 예술가 그룹이 독특하고 신선한 작품세계를 펼친다. 서울 동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 기관(기업) 등을 소개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계와 지역경제가 상생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우이신설 프렌즈’도 운영 중이다.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에서 열리는 전시/작품 소개는 홈페이지(www.uiartline.com)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현재 전시 중인 작품(일부)의 이미지를 컴퓨터나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쓸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직접 전시작 출품 신청이나 문화예술 분야 광고 게재 신청도 가능하니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