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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Bright Jan 14. 2018

암호화폐, 블록체인의 종착지 아냐

튤립 파동으로 들여다보는 암호화폐 시장

암호화폐 시장이 한국과 만나 더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러시아까지 국가가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법제화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아직 독재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수단을 인정하지 않는 것 뿐이고, 자체 코인 혹은 암호화폐를 통제 가능하게 만들 목줄을 개발(일각에서는 완료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방침 때문에 투자자들의 분노가 거세졌습니다. 법무부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으로 시장이 갑자기 악화되면서,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차라리 '손절'을 택한 경우가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정부가 강경책에서 한 발 물러서자 시장은 다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밤새 각종 코인의 시세는 수십프로씩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정부의 언론플레이에 속아 손절했던 사람만 바보가 된 겁니다.


최근 한국이 겪고 있는 일은 더 큰 성장을 위한 '성장통'일까요, 아니면 비트코인 열풍의 붕괴 조짐일까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어느 정도 방향을 가늠 해볼 수는 있겠죠. 암호화폐 거래를 투기로 보는 반대 여론에서 주로 언급된 '튤립 파동'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을 좀 더 쉽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수요가 값을 만든다


1600년대, 식물 애호가들이 튤립의 아름다움에 빠졌습니다. 더 아름다운 색을 내도록 품종 개량이 이루어진 것은 원예가들의 애정과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튤립은 뿌리 상태에서부터 고가로 거래됐습니다.


<투기성>이 튤립에 주목한 것(1634년 추정)은 단지 돈이 된다는 원초적인 사실 때문이었죠. 씨앗에서부터 키워 꽃을 피우기까지는 몇년이나 걸렸던 것에 비해, 모근에서 자근을 복제해내면 꽃은 그해 바로 피었습니다. 다만 복제된 자근에서는 발아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재생산이 안 되는 겁니다.


고급 품종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 자체에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가격은 점차 오를 수 밖에 없었고, 실제로 고급 품종의 구근 하나가 집 한채의 값으로 매겨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이 농가에 전해지자 너도나도 튤립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형편상 고가의 구근으로 시작할 수 없었던 농민들은 저가의 튤립을 양산하기 시작합니다. 이 열기가 어느정도였느냐면 처음에는 원예철에만 현물로 거래되던 튤립이 점차 현재의 '선물'처럼 미리 거래되기도 했다는 것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돈이 아니라 물물교환으로 튤립을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원예가가 튤립을 사는 것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고, 일확천금을 노린 재배자들끼리의 거래가 더 많았습니다.


애초에 비싼 값에 거래되었던 튤립, 처음부터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시장이 과열되면서 원예가들이 그렇게까지 비싼 튤립은 구매하지 않았고 게다가 농민들이 재배한 품종은 원예가들이 원하는 품질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너도 나도 튤립을 재배하며 서로 사다 팔고, 어느 순간 보니 아무도 사지 않게 되었죠. 이미 시장엔 튤립이 과잉 양산되어 있었으니까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튤립빛 꿈을 꾸며, 수년간 재배된 꽃의 '튤립 버블'이 꺼지는 것(1637년 추정)은 부지불식간이었습니다.




값과 가치는 다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시장에는 현재 수많은 알트가 생겨났습니다. 제3세대 알트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다들 숨 고르며 지켜보고 있죠. 코인이 팔리는 것은 더 비싼 값에 누군가 살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에 대한 원초적인 욕구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더 비싼 값에 사줄 사람이 없다면 시장이 붕괴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현재는 아직 폭발적인 성장세에 떠밀려 투자자들이 행복에 겨운 때가 맞습니다. 누구나 황금빛 미래를 꿈꿀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 한 달 동안 5배~10배 이상 오른 코인도 있습니다. 기업과의 협약도 있고 다른 코인과는 다른 특별한 컨셉으로 시장에서 환영받은 겁니다. 그 특출난 코인 말고 나머지 코인도 다 올랐습니다. '손절'하는 습관만 없다면 누구나 돈을 따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튤립처럼 거래하는 것에 만족하면 그 미래는 없습니다.


값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것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면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시장이 과열된 것은 맞지만, 그 폭등/폭락하는 값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화폐로의 기능은 블록체인 기술이 갖는 수많은 변용과 적용 가능성 중에 하나일 뿐이며, 암호화폐를 튤립과 일대일로 대응해 보는 것에는 당연히 큰 무리가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으니까요.


이 기술은 근본적으로 기술을 중개로 개인과 개인을 연결합니다. 탈중앙화라는 것은 중간에서 이익을 가로채는 개인/집단을 없애고 가치를 선별하는 데 대중의 승인(개개인의 승인)을 이뤄냅니다. 당연히 더 뛰어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대중의 선택을 받고,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것 또한 개개인의 네트워크를 빠르고 정교하고 공정하게 이뤄내 사회 발달을 앞당기는 것입니다. 이 혁신적인 컨셉의 기술이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지만, 우선 넘어야 할 것은 코인에 대한 과도한 가격 상승입니다. 분명 이에 대해서는 시장이 결정하겠죠.


값에만 현혹되어 기술의 가치를 망각하지 마세요.


* 다음 글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일차적으로 꽃피고 있는 암호화폐의 유한성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암호화폐는 만능이 아닙니다. 비싼 선두주자 코인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더 매력적이고 혁신적인 후발주자 코인을 잡으면 됩니다. 암호화폐의 가격은 비쌀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 자료] 

튤립 파동, 위키백과, 2018 https://ko.wikipedia.org/wiki/%ED%8A%A4%EB%A6%BD_%ED%8C%8C%EB%8F%99#%ED%8A%A4%EB%A6%BD_%EB%B2%84%EB%B8%94%EC%9D%98_%EC%8B%9C%EC%9E%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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