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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리 삼번지 Mar 08. 2023

보고 싶은 너에게 보내는 편지

친구를 떠나보낸 어느 날

보고 싶은 너에게,


안녕. 잘 지내?


나는 요새 꽤 바쁘게 지내고 있어. 무기력하게 일 다닐 때 보다 더 생기 넘치기도 해. 요즘 들어 자꾸 네 생각이 나서 말이야.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우리 만났잖아. 그때마다 넌 내게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거든. 그땐 매번 행복에 대한 질문을 하는 네가 이해되지 않았어. 정말 우습게도 이제야 이해가 되더라. 너의 물음은 그저, 내가 정말 안녕한지, 지친 회사 생활 중에도 잘 지내고 있는 건지 그게 궁금했던 거야. 그리고 숨겨진 의미는 아마도 "난 지금 행복하지 않아." 였겠지.


가볍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주고받으면서, 깊은 마음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못해 많이 아쉬워. 너는 늘 세상 솔직한 척하면서 솔직하지 않았어, 못 한 걸지도 모르지. 퉁명스럽게 오가는 대화 끝에, 우린 항상 "행복하자."로 마무리 지었어. 잘 지내라는 말보다 더 담백하게. 아마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기도 해, 그때 너의 마음말이야. 그래도 우리의 만남이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어. 몇 달에 한 번씩 보는 너였지만, 연락은 그래도 꾸준했으니까. 


사실 너의 소식을 듣기 전까지도, 나는 정말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어.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내야 했거든. 

그 아픔을 메우기도 전에 너의 소식을 들어버린 거야. 가족을 떠나보낸 지 얼마 안돼, 친구까지. 이럴 수가 있나?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잖아. 진짜 몰래카메라라고 믿고 싶을 정도였어. 난 눈물이 많은 편이긴 한데, 회사에선 웬만하면 안 울거든. 공과 사 구분하기. 나 이거 정말 잘하잖아. 근데 그게 무색하게도 일하다가 눈물이 후드득 떨어지더라? 그즈음은 유난히도 부은 눈이 가라앉지 않는 날들이었지.



그날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너의 웃는 사진, 그곳의 공기, 날씨 까지도.




네가 잘 알듯이 난 엄마랑 제일 친하잖아. 가족을 떠나보냈을 땐 내가 엄마를 위로했거든? 근데 너를 보내고 오는 길엔 엄마의 위로를 받았어. 웃기지, 엄마한테 위로받는 딸이라니. 그냥 내가 한 가지 후회되는 건, 가벼운 대화 속에서 너에게 큰 위안을 주지 못했던 거야. 감히 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후회스럽다기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더 건네지 못했다는 게 너무 아쉬워.


거긴 어때? 날이 좀 찬가, 따뜻한가? 좋아하는 거 맘껏 하면서 즐기고 있겠지? 

우리 원래 특별한 일 있어서 연락하는 사이 아니었잖아. "그냥" 생각이 났어.

그냥저냥, 이런 날에나 어떤 걸 보면 네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래. 잘 지냈으면 좋겠다, 정말로.

넌 여전히 31살이네? 난 32살이다! 이렇게 한 해, 한 해 너보다 더 어른이 되어가겠지. 어른스럽게 멋진 사람이 되어볼게. 오늘도 행복할게. 너 몫까지 더 열심히 행복해질게, 꼭.




영원한, 너의 31살 친구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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